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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31. 2018

64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 - 바슬라프 니진스키

니진스키영혼의절규 - 바슬라프니진스키, 푸른숲, 이덕희

니진스키영혼의절규 - 바슬라프니진스키

원제라고 해봤자 <일기>인데, 이덕희 번역의 한국어판은 <영혼의 절규>라고 제목을 붙였다.

#전혜린 의 친우이자 여성의 지성을 철저히 차단 시켰던 시대를 살았던 역자 이덕희(1937~2016)의 절절하고 애끓는 니진스키에의 공감이 느껴진다.

미친, 혹은 미쳐가는 니진스키(1889~1950)의 발가벗은 정신과 감정의 모습 그대로를 읽다보면 어디까지 이를지 모른 채 진격하는 동시에 온통 제자리 밟기의 억압만을 반복하고 토로하는 그의 번민에서 읽기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그의 고통이 '읽기'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면서 그의 고통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즐기고 있는 나는 사실 굉장히 가학적인 독자가 되어 버린다.

p205

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나는 울 수가 없다. 눈물이 노트 위에 떨어질까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영혼 속에서 운다. 나는 슬프다. 나는 모든 이를 사랑한다.

'나는 ~다'를 나열하는 방식은 특징적으로 반복되는데 음악의 카논(캐논 canon)을 떠올리게도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정의하려 하고 스스로를 각인시키려는 노력은 정신분열의 혼돈 속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간절함으로 다가온다. 모순된 정의를 반복할 땐 피가 나고 손톱이 빠질 때까지 결코 열리지 않는 밀실의 벽을 가격하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의 고통을 느낀다고 하면서 관찰자로서 일기를 훔쳐보고 있는 이중성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힘이요, 기쁨이요, 그 자신을 신이라 했던 니진스키가 절규의 울림이다.

p109

나는 더 춤추고 싶었지만 신이 내게 말했다. "됐어, 그만." 나는 멈추었다.

이 책은 절판되었고, 도서관의 책은 누군가들이 훔쳐갔다. 구해서 읽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16년전 금색 양장으로 태어난 책을 지금의 내가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니진스키는 그가 원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살 것이다.

p412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 나는 농부이다. 나는 공장 노동자이다. 나는 하인이다. 나는 신사이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차르이다. 나는 황제이다.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이다. 나는 만물이다. 나는 생명이다. 나는 불멸이다. 나는 항상 그리고 도처에 있으리라. 사람들은 나를 죽일 수 있지만 나는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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