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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05. 2018

68 『파친코』 - 이민진, min jin lee

『파친코』 - 이민진, min jin lee, 문학사상

★★★★☆

 p11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마법처럼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문장들이 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 바로 그런 마법을 부린다.

전미도서상 최종후보까지 오른만큼 이미 이야기와 소재의 가치는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읽기 쉽게 쓰면서도 나선으로 돌며 소재의 핵심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힘이 있다.

#표지가이책을망쳐놨지만그래도상관없다

어린 시절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1.5세대 작가는 재일조선인을 다루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리고 그 묵직함에 새겨진 주름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고 강렬하게 풀어낸다.

어딘가는 비극적이고 어딘가는 희망이 샘솟는 이야기는 숙명으로 주어진 출생의 한계를 우화처럼 느껴지게도 하는데, 그만큼 재일조선인을 우리마저 이야기하거나 다루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영도의 하숙집을 운영하던 양진, 순자 모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순자가 고한수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잉태하고 젊은 목사 백이삭이 순자를 호세아의 본을 따라 일본으로 데리고 가면서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혼외자, 백이삭의 온정, 백이삭의 죽음 이후 전쟁과 고한수의 보살핌, 아들 노아와 모자수(moses)의 일본생존기,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이 겪는 근원적인 차별과 미국유학까지...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의 생존기는 20세기 한일관계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이민자들이 보편적으로 겪을 이민지에 갖는 애증의 심정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설득시키고 이해하게 해준다.

적응하고 동화해야 된다는 절박함, 생활과 환경에 대한 친밀감과 동시에 차별에 대한 고통과 동포애라는 연민. 외지로 떠났다는 이유로 재일조선인을 비난하면서도 수용하지 않는 한국.

① p27 - 모슬린 한복 조끼를 입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손을 놀려 머리를 쪽 지어 올렸다.

① p39 - 예쁘다기보다는 잘생긴 편이었다.

② p18 -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적어도 이름을 세 개 가지고 있었다.

② p95 -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재일조선인 4대가 주인공인 이 대하소설의 제목이 <파친코>라는 사실이 이질적일 수도 있는데, 일본 최대 #파칭코 기업이 재일조선인 가족 기업 #마루한 이며 이 기업이 일본사회에서 조선 출신이기에 더 결벽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밖어 없었다는 사실, 또한 그 이질감이 재일조선인을 그대로 증명해준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이 소설의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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