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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없고, 아무도 없어요. 잠 잘곳도 먹지도 못해요.
도와주세요. 죄송합니다. ㅠㅠ 이메일 : *@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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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뉴스를 본 이후로 도움을 요청하는 이런 류의 글을 채팅창에서 여러 번 발견했다. 진짜일까. 정말일까. 버스 정류장에서 차비 천원만 달라던 그 사람들도 생각이 났다. 때로는 이천원을 요구하던 그 사람들. 두어번인가는 마침 현금이 있어서 돈을 줬다. 그리고 요즘엔 그런 사람을 만난 일이 없다.
도와 달라는 저 사람은 어디에서 이 글을 올리고 있을까. 잠 잘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데 어디서 인터넷을 하고 영상을 보고 메시지를 올렸을까. 꽤 오래전에도 본 기억이 있으니 꾸준히 이런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는 건데 계좌번호와 이름을 보고 돈을 부치는 사람들이 있는 건가. 도대체 저 사람은 뭘까.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해가 진 후에 외제차를 운전하며 퇴근한다는 오래된 도시괴담이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과 다시는 도와주지 말겠다는 마음이 함께 발사된다. 외제차 괴담이 사실로 밝혀진 적도 내가 목격한 적도 없지만 그나마의 동정심도 매몰시켜 버렸다. 그런 사람들이 잘못한거야. 그런 사람들이 나쁜거야. 그러니까 왜 사람들의 온정을 배반한거야.
그러니까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지만 불편하니까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지 않았다. 귀로 듣고 소문을 읽고 음모론의 승리. 물론 음모론이 나쁜건 아니다.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하고 은근히 중리적이고 이성적인 음모론도 많으니까. 그런데 확인할 수 없으니까 음모론을 믿었다. 이 세상은 그럴만큼 더럽거 타락했으니까. 나쁜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도움을 요청하면서 외제차를 타는 것보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지천에 널렸으니까. 그 선배 생각이 나고 그 상사 생각이 나고, 한참 전에 나를 괴롭혔던 애들도 생각이 나고. 그러니까 그런 일도 가능할거야. 외제차를 탄 걸인. 거무튀튀한 얼굴을 닦아 내면 주름도 없는 화창한 표정. 하루종일 앉아있는 그 자리의 종이상자에는 동전밖에 없어. 지폐는 어디로 갔을까. 지폐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돈을 덜 줄까봐 그런거 아니야. 지폐는 맨들맨들 윤이 나는 츄리닝 안주머니에 색깔별로 접혀있겠지. 아마 그런 생각. 그런 감정. 그런 직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지나치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그러모아서는 메마른 동정심에 이유를 달아준다. 그리고 나도 힘들어. 100원도 찾아볼 수 없는 요즘 길바닥.
안 됐다. 안쓰럽다. 이 정도의 동정심으로 순간을 만족한다. 저런 글을 올린다고 분노를 터트리는 사람들 보다는 낫지. 잔인해. 모질다. 그냥 모른채 넘어가면 되는데 굳이 안된 사람을 공격한다. 열심히 나쁜 사람들을 골라내고나니 뉴스도 끝난다. 내일도 최선을 다하는 뉴스,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뉴스, 내일 뵙고 싶다는 뉴스들이 끝나간다.
A씨는 잠 잘 곳도 없이 다음 대화창 어디에서 지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