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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01. 2018

92 『1984』 - 조지 오웰

『1984』 - 조지 오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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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책인데다가 여기나 저기나 #전체주의 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는 바람에 왜인지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독재자이자 감시의 파놉티콘으로 존재하는 빅 브라더에 대한 근원적인 저항감을 느낀 윈스턴이 주인공이다.

오세아니아의 당 기관에서 일하는 윈스턴에게 줄리아라는 여성이 접근하게 되고, 감시하는 사상경찰이라 생각한 윈스턴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그에게 금지된 사랑고백을 하게 되고 둘은 체제 밖의 인물로 보이는 채링턴 씨의 집을 빌려 관계한다.

조금씩 변해가는 윈스턴에게 동료인 오브라이언이 접근하게 되고 저항 단체인 형제단의 지도자인 골드스타인의 저서인 '그 책'이 윈스턴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결국...크윽...

인간의 권력에 대한 도전이 아닌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한 체제권력의 끝없는 도전이라는 작가의 암시가 곳곳에 있다.

p363

텔레스크린이 조용히 하라고 야단치면 오히려 거기에다 대고 악을 써댔다.

p432

인간성은 곧 당일세.

p449

그는 당에 복종했지만, 여전히 당을 미워했다. 옛날에는 겉으로 복종하는 척하고 속으로는 이단적인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한 걸음 물러나서 마음속에서도 항복을 해버렸다.

체제에 대한 항복마저 자의적인 의지에 기대는 표현은 비관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근원이 체제나 당이 아닌 어찌됐든 인간의 의지에 속한다는 역설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전반적인 인간성 보다는 제한적인 #homopoliticus , 정치적 인간을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인물들의 애정과 고통의 과정, 관계가 정치 공학을 떠오르게 한다. 심리의 기묘한 곡선을 찾기가 어렵다.

소설의 구상 전체가 크고 작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식이랄까. 역학이 떠오르고 기계적이다.

빅 브라더를 무엇(돈, 권력, 개인정보, 위치정보, 거래정보 등)으로 추정하더라도 분명하고도 확실히 매우 날카로운 예언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더불어 이 강력한 예언성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각종 형태의 권력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로서의 기능을 하는데 실로 대단히 역설적이다. 어떤 권력도 1984라는 이름 앞에서 자유롭지 못 하게 되었다.

하지만 등장하는 누구에게서도 인간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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