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이 May 03. 2018

93 『이 밤과 서쪽으로』 - 베릴 마크햄

『이 밤과 서쪽으로』 - 베릴 마크햄, 예문아카이브

●●●●

p241

한 인간이 품은 위대함은 한 때의 화려한 시간에서가 아니라 그의 일지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나는 그 일지가 적히는 것을 봤다.

비행사이자 아프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아프리카에서 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 베릴 마크햄(1902~1986)의 자전적 에세이다.

아프리카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했던 카렌 블릭센(이자크 디네센)의 소설 #아웃오브아프리카 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정성, 특유의 섬세함과 흔히들 말하는 #mothernature 에 대한 친화적 접근은 비슷하나, 베릴 마크햄의 아프리카는 어머니라기 보다는 엄마에 가깝고 경이의 대상이기 보다는 친구에 가깝다.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아프리카에서 자랐는지라 스와힐리어에 익숙하고 원주민들을 굳이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개별 문명을 지닌 존재로 의식지 않는다.

물론 영국 상류층인 아버지를 취향과 백인이라는 정체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평이하고 들뜨지 않는 편안함. 그래서일까...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소설로, 이 책은 에세이로서 읽히게 된 듯 하다.

p418

아프리카는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에게 결코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변화의 땅이어서가 아니라 무수히 다양한 정취를 간직한 땅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변덕스럽지 않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부족을 낳았고, 도시만이 아니라 문명들의 요람이 되어 왔으며, 그것들이 죽는 것과 새로운 것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지켜봤다. 아프리카는 냉정하고, 무심하고, 따스하고, 냉소적이고, 너무 많은 지혜에 지쳐 있다.

지쳐있는 아프리카, 그 투명한 진단이 가능한건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자란 시간의 덕분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분명히 감상적이지만

그녀는 아프리카의 노을과 피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쓴다는 것도.

p.s. 책에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데니스와 카렌 블릭센의 바람둥이 남편이자 매독 보균자 블릭스가 등장한다.

#이밤과서쪽으로 #베릴마크햄 #westwiththenight #berylmarkham #예문아카이브 #에세이 #수필 #아프리카 #책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92 『1984』 - 조지 오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