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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11. 2018

100 『신의 카르테 1』 - 나쓰카와 소스케

『신의 카르테 1』 - 나쓰카와 소스케,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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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0 

"동이 트지 않는 밤은 없어. 멈추지 않는 비도 없지. 그런 거야, 학사님."

박사 과정인 척 8년을 살아오다 어머니가 죽은 후 죄책감에 약물과용으로 죽다 살아 이웃방의 학사에게 주인공이자 내과의인 구리하라 이치토가 건네는 말이다.

예전 같으면 희망을 그리는 저 감동의 물결에 몸과 마음을 맡겼겠지만... 희망이란 자고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고 판도라의 상자에서도 가장 게으른 녀석이었으니... 상투적인 감동의 절차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실제 의사인)작가가 자기 자신을 내려 감으로 해서 얻는 장점이 선명하다. 마치 일기처럼 솔직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독자로서는 이보다 뒤에 쓴 #책을지키려는고양이 보다 만족스럽다. 분명 어디선가 듣고 보았던 예쁘고 착한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과함 없이 단정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작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착한 이야기가 되었다.

예컨대 암 말기를 보내는 아즈미 씨의 이야기에선 감동을 자아내는 여러 장치(옛 인연, 선물, 편지 등)이 쉽게 눈에 띄지만 직업 의사가 어쩔 수 없이 만나고 반응하는 지극한 현실이 이를 잘 상쇄시켜 준다.

p105

나는 의사이다. 의사는 치료만 하는 게 아니다.

이타적이고 성공보다는 삶을 택한 의사. 소세키를 좋아하는 왠지 초연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글서글한 그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착한 소설로 이어진다.

이런 착한 이야기, 착한 희망, 착한 바람은 냉혹한 현실 앞에서 쉽게 비꼴 수 있는 망상으로 대하게 되는 동시에 배배 꼬여있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준다.

p.s. 소세키를 추종하며 그의 #풀베개 를 암송할 정도에 필명까지 그를 빌릴 정도라고 하기에 소세키의 문체와는 차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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