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듐 걸스』 - 케이트 무어, 사일런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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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이전의 과거이자 현재인 이 투쟁은 슬프고 고통스럽고 잔인하고 지난하다. 고통과 싸움을 동시에 이고 가는 그녀들은 나 같은 독자에게서도 눈물을 뽑아낸다. 아프고 안쓰럽고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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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 산업에 종사했던 캐서린이 채 30kg이 되지 않았을 때 온몸에 침투한 라듐은 피부를 뚫고 발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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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4
숙모의 몸속 뼈가 전부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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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이 주원료인 야광 페인트는 얇은 붓으로 칠하는데 번번히 갈라지는 붓을 날렵하게 하기 위해서 회사의 관리자들은 혀로 붓끝을 다듬는 립포인팅 방법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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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라듐 산업의 제일선에 섰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그렇게 라듐에 피폭되어 어깨, 팔, 종아리, 생식기 종양을 앓고 척추와 턱뼈가 썩어 들어가고 유산을 반복하다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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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1
하지만 수술은 소용이 없었다. 수술을 받은 후 87일 연속으로 피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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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듐 걸스를 고용한 기업은 직장과 돈으로 소녀들을 꾀어내고 증명되지 않은 안전을 주장하고는 불리한 기록을 은폐하고 시신을 탈취하려다가 실패하고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법정에선 의사와 직원을 통해 거짓 증언까지 일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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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4
회사 사람들이 한밤중에 쳐들어와 페그의 시신을 탈취해 가려고 책동을 부린 뒤부터 가족들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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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은 안전하고 소녀의 사인은 매독이거나 질병은 개인 품행과 생활의 문제이며 회사와 직업병은 관계가 없으며, 도의적인 합의는 해줄 수는 있지만 회사의 책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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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6
USRC는 판결이 나기 전에 여성들이 전부 사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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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와 어느 기업이 정확하게 떠오르는 책이다. 시험 삼아 N포털에 기업의 이름과 반올림을 입력하니 역시 연관 검색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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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7
《시카고 데일리 타임즈》는 이 판결을 '정의가 낙태 당한 믿기지 않는 사례'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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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라듐 걸스는 법정투쟁을 시작한지 13년 만인 1938년 합의가 아닌 승리를 하게 된다. 당시의 법이 미진해 보상액은 형편 없었지만 이 첫 걸음, 한 걸음이 노동자 보호와 방사능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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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수많은 참혹한 광경과 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담고 있다. 창작했을 거라 보이는 몇몇 속마음과 기분에 대한 담화는 다행히 사실과는 분리되어 있고 이 책의 의의를 해치지는 않았다. 이 책의 의의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굳이 얘기하고야 마는 내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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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표지와 책 마지막에 수록된 '독서 그룹 지도'는 출판사의 심각한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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