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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12. 2018

101 『라듐 걸스』 - 케이트 무어

『라듐 걸스』 - 케이트 무어, 사일런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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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이전의 과거이자 현재인 이 투쟁은 슬프고 고통스럽고 잔인하고 지난하다. 고통과 싸움을 동시에 이고 가는 그녀들은 나 같은 독자에게서도 눈물을 뽑아낸다. 아프고 안쓰럽고 뭉클하다.

라듐 산업에 종사했던 캐서린이 채 30kg이 되지 않았을 때 온몸에 침투한 라듐은 피부를 뚫고 발광했다.

p424

숙모의 몸속 뼈가 전부 보였어요.

라듐이 주원료인 야광 페인트는 얇은 붓으로 칠하는데 번번히 갈라지는 붓을 날렵하게 하기 위해서 회사의 관리자들은 혀로 붓끝을 다듬는 립포인팅 방법을 가르친다.

20세기 초 라듐 산업의 제일선에 섰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그렇게 라듐에 피폭되어 어깨, 팔, 종아리, 생식기 종양을 앓고 척추와 턱뼈가 썩어 들어가고 유산을 반복하다가 죽어간다.

p391

하지만 수술은 소용이 없었다. 수술을 받은 후 87일 연속으로 피를 흘렸다.

이 라듐 걸스를 고용한 기업은 직장과 돈으로 소녀들을 꾀어내고 증명되지 않은 안전을 주장하고는 불리한 기록을 은폐하고 시신을 탈취하려다가 실패하고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법정에선 의사와 직원을 통해 거짓 증언까지 일삼는다.

p324

회사 사람들이 한밤중에 쳐들어와 페그의 시신을 탈취해 가려고 책동을 부린 뒤부터 가족들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

라듐은 안전하고 소녀의 사인은 매독이거나 질병은 개인 품행과 생활의 문제이며 회사와 직업병은 관계가 없으며, 도의적인 합의는 해줄 수는 있지만 회사의 책임은 없다.

p286

USRC는 판결이 나기 전에 여성들이 전부 사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어느 나라와 어느 기업이 정확하게 떠오르는 책이다. 시험 삼아 N포털에 기업의 이름과 반올림을 입력하니 역시 연관 검색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p397

《시카고 데일리 타임즈》는 이 판결을 '정의가 낙태 당한 믿기지 않는 사례'라고 불렀다.

그러나 결국 라듐 걸스는 법정투쟁을 시작한지 13년 만인 1938년 합의가 아닌 승리를 하게 된다. 당시의 법이 미진해 보상액은 형편 없었지만 이 첫 걸음, 한 걸음이 노동자 보호와 방사능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도록 만들었다.

작가는 수많은 참혹한 광경과 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담고 있다. 창작했을 거라 보이는 몇몇 속마음과 기분에 대한 담화는 다행히 사실과는 분리되어 있고 이 책의 의의를 해치지는 않았다. 이 책의 의의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굳이 얘기하고야 마는 내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p.s. 표지와 책 마지막에 수록된 '독서 그룹 지도'는 출판사의 심각한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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