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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13. 2018

102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 김동식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 김동식,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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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동식의 세계에서는 요정 보다 요괴, 천사 보다 악마가 어울린다. 어쩌면 물신주의에 흠뻑 젖어있는 세계에 긍정을 내보이는 상징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읽었던 #13일의김남우 와 마찬가지로 축적된 문학의 유산을 기대하기 보다는 괴담과 기담이 주는 오락과 풍자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 했고 그게 마땅한 책이다.

(데뷔와 함께)반년도 안 되어 나온 총 다섯권의 소설집 중 두번째 책으로 '요괴'와 '악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따로 모아 둔 듯 하다.

등장하는 요괴와 악마는 일견 우스꽝스럽고 단순하지만 이 초자연적인 외부 존재는 인간성을 덮어버린 세상의 왜곡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되기도, 환상을 쫓는 끝없는 욕망을 경고하기도 한다.

이를테연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같은 표현이 현재 사회에서 전체의 구호가 될 때 그늘이 없겠느냐 하는 것이다.

재미도 있고 문단과 발화문을 띄엄 띄엄 편집해 놓은지라 페이지 분량에 비해 속도감 있게 읽힌다.

빈부격차, 천민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 초자연적인 환상성이 개입되어야만 세계의 조작이 가능하다는 역설적인 좌절이 엿 보이기도 하지만 김동식 작가가 끊임없이 계속 쓰고 있다는 사실은 좌절 보다는 극복에 그 궁극적인 목표가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다소 어색한 문어체와 비슷한 말투의 반복이 빈번하게 눈에 띄고, 이 이야기의 최대 강점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풍자인데 단순하게 '모 아니면 도'로 일관하는 논리 구조는 실제로는 복잡하기 그지 없는 현실과 괴리 된 이세계로 보이기도 한다.

단순한 논리는 이야기를 짧게 가두는 감옥이 되거나 긴 이야기를 시작하기엔 취약하다. 자전거 바퀴를 트럭 타이어로 쓸 수는 없다.

아무튼 최근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독자로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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