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지나고까지』 -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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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이야기보다는 소세키의 분위기가, 그만의 문체가 소리없이 스며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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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 전집의 열번째 책으로 일자리를 찾는 게이타로의 모험(?)과 소박한 서스펜스, 게이타로의 친구이자 출생의 비밀을 가자 스나가, 스나가의 사촌이자 혼담이 오간 지요코, 그리고 게이타로가 부탁을 받고 미행했던 사람이자 스나가의 이모부인 마쓰모토의 이야기가 연작 형식으로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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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소재들과 사소한 서스펜스를 조금만 확장하면 막장극이 될 수도 있었지만 소세키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의 온도는 절대 들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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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나른한 사람들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어떤 일본인들이 마음속에 하나씩 두고 사는 감정주머니, 어쩔 줄 모를 상황이 다가왔을때 하나씩 꺼내쓰는 그런 주머니를 엿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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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 - 평범한 실제 세상에서 우리가 계획한 일이 뜻밖의 장애에 부딪혀 예상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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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0 - 나아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건 손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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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8 - 다만 여러 해 동안 사업의 성공만 안중에 두고 그렇게 세상과 싸워온 사람이라 사람을 보는 눈이 묘하게 치우쳐 이놈은 도움이 될까, 이놈은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뭐 이런 것만 생각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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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2 -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는 중에 서로의 가슴속에서 달갑지 않은 오점을 발견하면서도 남들 몰게 서로 입 밖에 내지 않은 불만을 자기 혼자 쓰라리게 맛보며참았던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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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0 - 어떤 때는 자신의 의지로 이 변화를 지배하면서 일부러 다가오기도 하고 또 일부러 물러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희미한 의혹마저 내 가슴에 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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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1 - 만약 시에만 호소할 뿐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늙은이라면 나는 비웃음을 받아도 만족한다. 하지만 만약 시가 고갈되어 메말라버린 사람이 노인이라면 나는 이 평가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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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후 와 마찬가지로 끝나지 않는다. 게이타로도 스나가도 이들을 바라보는 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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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를 왜들 그리 좋아하는지, 열권째서야 소박하게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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