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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24. 2018

131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백세희, 흔 출판사

⭐⭐⭐⭐
반은 슬프고 반은 웃긴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의 속살도 그렇다. 죽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우울증을 다루며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지만 어느 정도의 선에서 그 무게를 조절한다. 적당히 무겁고 적당히 읽힌다. 

고통, 특히나 터부시되는 정신적 고통을 다루면서도 쉽게 읽히는 대중적 수필의 미덕을 갖췄는데, 분칠한 덕지덕지 감성이 질질 흐르는 에세이를 생각하면 확실하게 차별화 된 책이다. 그래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자연스럽게 그러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일부러 조절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죽음과 떡볶이 사이의 적절한 수준을 보여준다. 죽음을 깊게 파고들지 않는 그 선. 죽음과 떡볶이. 죽음의 떡볶이... -_- 죄송...

p164
엄마는 자신의 성향이 우리에게 있는 게 싫었던 거다. 그래서 우리의 단점에 늘 화를 냈다. 끼가 넘쳤으면 좋겠는데 끼가 없다고, 스튜어디스며 재즈댄스며 본인이 하고 싶지만 못했던 꿈들을 우리에게 희망사항으로 남겼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이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지만.

내 부모님은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밀어 붙였다는 최악의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빼고는 똑같았다. 중2 개학날 교통사고를 당했고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나를 학교에 그대로 보냈다. 내가 받은 충격이나 후유증 보다는 큰일이 아닌데 직장에서 빠져나왔다는 불편함이 얼굴과 말투에서 드러났고, 트럭 운송을 하던 가해자 측에서 미리 송금한 돈도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차에 치인 나보다 중요한 양반정신, 개같은 체면에 기겁했다. 

초등학교 때 시작된 틱을 때려서 낫게 하겠다고 하더니 기어이는 대학 전공마저 망쳐버렸다.

시간과 상황은 지나갔지만 지금도 영향을 미치는 그런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나는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니 내 탓을 하지 않고,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다. 잘되라고 그랬다는 부모의 주장이라는 게 얼마나 근본없는 것인지. 나의 틱이나 교통사고가 난 횡단보도 위에 있던 나, 불면증과 예민함에 관하여 스스로를 탓하게 만든 '너는 유난하게 왜 그래.' 그런 악령같은 시선을 이제는 털어버렸더랬다.

내 탓이요 라니... 웃기고 자빠졌다. 

p14
하지만 변하고 싶었던 부분(다이어트, 대학, 연애, 친구)이 모두 해결된 후에도 똑같이 우울했다.

p31
선생님 : 일상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가장 원시적인 퇴행으로 돌아가요. 먹고 자는 본능적인 거로요. 만족감의 중추를 가장 편한 곳에서 찾는 거죠.

p113
나 : 저는 자존감이 낮잖아요, 그래서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p147
"너는 그 정도로 힘들지 않은데 유난 떠는 거야." 이렇게 자책하기 시작했어요.

읽다보면 직설적이고 단편적인 저자의 상담말투가 약간 앳되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상황이나 상태를 선명하게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내성적'이 아닌 '내향성'이라는 말을 써서 좋았고, 자존감과 가족사를 숨기지 않아서 고마웠고,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 

우울증은 어떤 면에서도 감기가 아니다. 

다만 외모에 대한 강박은... 내가 남성인데다 포기한지 오래라(또르르) 공감의 한계를 느꼈고, 소주제에 몇 주차인지 함께 적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2권에 계속)이라는 말에 속편을 예상하게 되는데, 좀 더 내밀한 내용을 기대하는 내가 나쁜 것도 같고...

p.s. 사장님이 김상'흔'님이라 흔출판사 � 흔흔하군요 흔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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