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이 Jul 24. 2018

32 『뉴욕은 교열 중』 - 메리 노리스

마음산책

⭐⭐⭐⭐☄
특히나 깐깐했던 #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 를 좋아하고 #허먼멜빌 과 #찰스디킨슨 , #에밀리디킨슨 을 인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지나온 독서의 영토에 풀이 자라고 꽃이 피는 광경을 보는 것만 같았다.

뉴요커의 대표 교열자가 세심(?)하게 고른 대표작들이 중고매장이 아닌 내 책장에 모여 계신다니!!

이 책의 평점은 전적으로 주관적이다. 주관적이지 않은 평가가 어디 있겠냐마는 혹여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사정이다.

자신의 분야에 정통하고 강박적이며 고집스러운 동시에 그러든지 말든지 갈 길 가는 저자는 심지어 강력하다.

p31
영어에는 오자가 되기 쉬운 단어가 무척 많다. 틈만 있으면 오자를 지적하려는 깐깐이도 부지기수로 많다. (중략) 게다가 영어는 태생이 잡종이라 무지하게 엉클어진 실타래 같다.

저자 메리 노리스가 교열자로 일하는 뉴요커는 #한나아렌트 의 그 유명한 취재기 #예루살렘의아이히만을 연재한 잡지다. 종종 그 역사적인 지면을 뉴욕타임즈와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요커다.

문장과 단어, 철자, 기호(하이픈, 대쉬, 세미콜론, 콜론, 아포스트로피 등)에 대한 저자의 열정, 강박, 고집은 신기하게도 내게는 시종 유쾌하게 읽힌다.

예문이 영문이다보니 이해하기가 난해한 지점이 상당하지만 다음에 다시 읽으면 된다.

p167
모비딕(Moby-Dick)에 하이픈을 넣은 사람은 교열자였다.

괜시리 궁금했던 모비딕의 하이픈이 교열자의 의도였으며 내가 같은 것을 궁금해했다는 사실은 오! 이 기쁨. 난 너무 이상한 게  아니야.

p46
철자는 낱말의 옷이요, 외부로 향하는 가시적 기호다.

거지같은 문장을 발견했을때 비록 외부로는 전부 다 표출하지 못하지만 머리에서 가슴까지 불편한 그 심정에 관한 메리 노리스의 철학을 유사품으로 지닌 나는 이 책이 즐거웠다. 가시적인 기호를 망치면서도 오히려 당당하다니.

비록 제목이 저게 최선이었냐는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사서 읽은 것은 선다방에도 출연하신 @the_gachi 님처럼 표지에 끌렸음이요 소재가 건드리는 나의 사소한 욕망이 끓어올랐음이다.

더불어 역자인 김영준 니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졌는데 번역가 #김명남 님의 역작인 DFW의 에세이집 #재밌다고들하지만나는두번다시하지않을일 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뭐... 양철북 읽다 지쳐서 읽은 책이니 뿜뿜이 없었겠냐마는 유쾌한 장인정신, 뉴요커에 관한 개인적인 호기심과 여성으로 성전환한 동생을 부름에 있어 그와 그녀 사이에서 방황한 경험과 연필 편력은 에세이의 의미를 충분하게 정의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일본어에 성별이 없다'는 저자의 의견은 틀렸다.


#뉴욕은교열중 #메리노리스 #마음산책 #에세이 #교열 #뉴요커 #thenewyorker #newyorker #marynorris #책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131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