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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24. 2018

133 『양철북』 - 귄터 그라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p14
이미 더 이상 개성적인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성도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또한 인간은 고독하고,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은 고독하므로 개별적인 고독을 주장할 권리가 없으며

2차 대전과 전후 세대의 괴리감, 괴이한 형상,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던 민족의 어린세대를 그림형제의 잔혹극을 떠오르게도 하는 작가 나이 32에 발표한 소설.

양철북은 존재하지 않는 장난감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의 불가능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자궁에서부터 완전한 정신성장 상태로 1924년에 태어난 오스카는 세살이 되었을 때 스스로 육체적 성장을 멈춘다. 1927년은 귄터 그라스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3살의 몸과 어른의 정신을 가진 오스카는 어른의 몸에 유아적 욕망에 뒤덮힌 군국주의 독일-나치와 대비되는데 이는 상이 뒤집혀 나타나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의 원리를 떠올리게 한다. 당대 정상적이라 생각했던 세대와 그들의 정신을 완전하게 역전시킨 인물의 시선으로 역사를 훑는 것이다.

p245
뱀장어들이 꿈틀거리는 말 대가리로 뒤범벅이 된 이 성 금요일이 지나갔다.

유명한 장면. 바다에서 건진 말머리에서 뱀장어들이 들끓는다. 부패한 시신에서 뒤엉킨 장어로 만든 요리를 오스카의 엄마에게 강제로 먹이려는 남편. 죽어 썩은 시신에서 길어낸 장어에서 원기를 주장하는 부조리하고 퇴폐적인 장면은 폭력적인 영광을 추구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거절하는 오스카의 '자라지 않는 선택'을 반증하는 그로테스크한 상징이 된다.

p276
내가 서른살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스카의 목표는 탯줄로의 귀환이다.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오스카의 화법은 20세기 전범국인 독일이라는 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인 동시에 지나간 전쟁의 기억을 반추하며 끊임없이 조명하여 되돌아보는 전후세대의 특징적인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시대를 겪으며 살아온 세대의 정신적 갈등을 보여준다.

엄마가 죽고 계부와 살게 된 오스카는 가정부 마리아와 관계를 맺고 그녀를 임신시키는데 계부는 이를 자신의 아이로 착각한다. 왜곡된 부자관계, 형제이자 부자가 되는 관통한 세대와 전쟁을 모르는 세대의 상징으로 보이는 이들은 불편한 동거인이니라는 역사의 짐을 진다.

2 p173
자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시 자라기로 결정한 오스카는 등이 굽게 되는데 이는 전후 독일의 짐을 진 외양이다.

2 p295
얼마간의 생활비를 대는 것을 자신(오스카)의 의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폴커슐렌도르프 의 영화는 전쟁이 끝나고 이주하는 기차역의 장면에서 끝난다. 이는 2부까지고 소설의 3부에선 자신의 아들 쿠르트와 마리아를 위해서라도 전후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현실로 귀속되는 오스카가 등장한다. 

오스카가 현실에 뛰어들어 종사한 여러직업 중 가장 인상적인건 묘비에 글을 새기는 것이다. 앞선 세대의 삶을 묻고 정리하고 그들을 딛고 독일역사와 미래를 정립하는 일. 모든 치부가 발가벗겨지는 누드모델이 상지하는 반성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묘비와 죽음이 주는 그 힘은 거대하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지는 못 하겠다. 

영리하고 정신적이면서 문학의 역사적 사명의 귀감이 되는 위대한 소설은 분명하지만 모든 면에서 독일적이다. 독일을 향한 초점이 전혀 흔들리지 않을 소설이다.

p.s. 존재하지 않는 것을 두들기며 부조리에 온 몸으로 맞서는 위대한 독일문학의 오스카가 등장할때마다... 장미로 태어났다는 #베르사이유의장미 오스칼이 생각이 나서... 심지어 주제가... � 장미 장미는 화사하게 피이고 장미 장미는 순결하 ㄱ 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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