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이 Jul 24. 2018

134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

박하루, 문학동네 엘릭시르

⭐⭐☄
제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서술 트릭에 대한 작가의 욕망이 '서숱 트릭'이라는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드러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겠냐 싶을 정도로 트릭이나 전체적인 구조가 식상하다.

그렇지만 순결 탐정 김재건을 폭행(?)하는 의뢰인 민선예의 이 발언만큼은 인상적.

p86
"제정신이야? 성희롱으로 고소할 거야! 이 변태! 노출증 환자! 살인자! 국희의원!" 

출판사에서 정식출간을 했으니 프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공모전 수상작이니만큼 기본적인 출발점은 아마추어라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싶다. 어쨌거나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점점 사장되어 가는 한국 추리탐정 소설 분야를 생각한다면 여러가지 단점에만 치중해서 읽을 수만은 없다.

종교(망한 대형교회... 풋)와 익명성, 실제로 일어났던 황우석 사건 등을 소재로 삼아 엮어내려는 시도와 노력은 사회의 음지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는 장르 소설만의 장점이다. 그리고 가상의 징벌은 대리만족과 함께 대안을 고민하게 해주지만...

유치하고 작위적인 말투, 탐정과 의뢰인의 재회, 다소 평이하고 순결한(?) 트릭, 비교적 익숙한 오두방정 캐릭터로 설정된 순결한 탐정 김재건은 분명히 아쉬운 지점이지만 기척을 지우거나 타인을 조정하는 등의 초능력을 등장시킨 점은 새롭다. 초능력이라는 SF요소를 탐정물에 첨가했다는 점이 수상에 큰 요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보는데, 이 부분을 좀 더 보완/강화하고 다듬었다면 � 속편이나 시리즈로의 가능성도 점칠수 있었을텐데...

p362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가게무샤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돌아왔지. 아주 천천히, 꼭두각시라는 페르소나를 내세워서."

이 문장이 이 책의 특징을 참 잘 보여준다. 사실 단점이라고 쓰고 싶다. 그리고 결국 단점이라고 쓴다.

수많은 아쉬움에 덧붙여 출판사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추천사나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띠지나 표지에 한 마디도 없다는 건 너무했다. 원로&유명 작가의 망작이나 졸작에 온갖 아부-난리 섞인 유명인사들의 추천사를 그동안 안썼더라면 이런 생각도 안했을텐데...

일본 애니의 중고등학생 같은 문투나 등장인물의 특징을 표현하는 방법이 어떤 서평에서 쓴 것 처럼 서툴러 보인건 맞지만, 400쪽에 이르는 이야기의 호흡은 괜찮은 편이었다.

작가가 무얼 쓰고 싶었는지를 알 수 있는 정도는 된다.

p.s. 중간중간의 유머 욕심이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해서 결국 트릭이 터질 때 덜 터진다. 


#순결한탐정김재건과춤추는꼭두각시 #박하루 #엘릭시르 #문학동네 #추리소설 #한국소설 #추리 #책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133 『양철북』 - 귄터 그라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