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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24. 2018

136 『빨간 모자를 쓴 남자』 - 에르베 기베르

알마

⭐⭐⭐⭐
p14
그 모든 것으로 나는 자살할 수도 있었다.

p17
"저 호모 머리통에 모자를 처박아볼까?" 나는 폭발했다. "이봐요, 오늘 아침에 나는 목 수술을 받았소. 에이즈에 걸렸고 주머니에는 주사기도 들어 있소, 그러니 괴롭히지 말고 꺼지시오!"

p23
나는 림프선 종양이라는 판정을, 그토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을 곱씹으면서, 그리고 그 추정이 확정되면 자살하겠다고 결심하면서,

p30
나는 빨간 모자를 쓴, 아주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이었다.

저자 에르베 기베르는 동성애자이며 위대한 #미셸푸코 의 동성연인으로도 알려졌으며 에이즈 환자였고, 그래서 3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작가, 사진가, 극작가였으며 르몽드에서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빨간 모자는 그가 쓰고 다녔던 모자로 그 자신을 지칭한다. 추운 러시아를 방문했을때 차라리 얇은 그 모자를 쓰고 싶어했다.

이 책은 그(1955~1991)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92년 갈리마르에서 출판됐다.

p86
죽은 작가들이 내 주위에서 원무를 추었고, 내가 애지중지하는 유령들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체호프, 레스코프, 바벨. 불가코프, 도스토예프스키, 소세키, 타니자키, 슈티프터, 괴테, 무질, 카프카, 웅가르, 발저, 베른하르트, 플로베르, 함순···

p120
이 일화를 이처럼 고착시키는 것이 바로 글쓰기의 우연이고 절망이다, 내가 그것을 찢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때까지, 언제까지나, 항상 똑같이, 미칠 지경까지, 침묵까지.

p166
수많은 약들을 보고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물었다. 나는 "백혈병"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어찌해서 에이즈에 걸리게... 혹은 매이게 됐는지는 차치하자. 그가 자신의 고통을, 삶을 연장시켜주는 아편과 디기탈린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빨간 모자를 쓴 남자'로 지낸 겨울, 마지막 한철.

자신의 초상화 스물다섯 점을 그려준 가상의 유명화가 야니와 실존하는 화가 발튀스. 발튀스를 최초로 인터뷰한 기자이기도 했던 기베르는 자신의 속물성과 회화의 의미, 미술계의 세속적 욕망을 야니에게 투영한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실종된 화상 비고. 그의 죽음이 밝혀지는 서스펜스의 기저에서도 꺼져가면서 축 늘어지는 목숨의 낮은 기운이 느껴진다.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 작가.

자신의 정체성의 시작을 에이즈로 인정하는 목소리는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이며 그것은 독자들의 편견을 관통하려는 목소리라기 보다는 타자화된 자신을 응집해서 소설(혹은 에세이)  첫 머리에서 자신을 린치하려는 청년들에 의해 절대 파편화 되지 않겠다는 자기구원의 의지로 다가온다.

에이즈와 속물적인 욕심, 불륜, 쥐 마저도 그러모은다.

글과 사진과 영상,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살아남겠다는 절박함. 

'그 모든 것으로 나는 자살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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