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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Oct 21. 2015

여성영화의 영화음악 - 12

죽음같은 현실보다 삶을 택하는 것



+ 여성영화의 영화음악에 대해 글을 올릴까 말까 하다가 사랑하는 '캐리 멀리건'의 신작 '서프러제트'가 마침 여성 참정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여 올립니다.


<제작연도 제목 - 감독/주연>


1982 소피의 선택 - 앨런 J. 파큘라 / 메릴 스트립

1985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시드니 폴락 /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포드

1986 씨받이 - 임권택 / 강수연


1989 마녀 배달부 키키 - 미야자키 하야오

1991 홍등 - 장이모 / 공리

1991 델마와 루이스 - 리들리 스콧 / 수잔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


1993 서편제 - 임권택  / 오정해

1993 피아노 - 제인 캠피온 / 홀리 헌터

2000 어둠 속의 댄서 - 라스 폰 트리에 / 뷔요크, 까뜨린느 드뇌브


2002 프리다 - 줄리 테이머  / 셀마 헤이엑

2002 디 아워스 - 스티븐 달드리  /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줄리앤 무어

2013 블루 재스민 - 우디 알렌 / 케이트 블란쳇



+ 현대의 여성주의 운동이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차별을 촉발하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여성차별과 관련해 좋은 시사점을 보여주는 잘 만들어진 영화를 들여다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12라는 숫자에 짜 맞춘 작품수가 조금 켕기지만, 12편 정도를 들여다보니 대강의 '여성차별'과 '여성주의'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 알 수 있겠더랍니다.




+ 온당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약자' 혹은 '소수'로 여겨졌던 '여성운동'이 요즘 들어 자주 대두되는 '소수자'들의 권리 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참 크죠. 









1 소피의 선택, 1982


아이 둘과 남편, 아버지를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잃은 소피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비운의 여인인 소피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에게 오스카를 거머쥐게 해 준 영화입니다. 


수용소로 가는 길에 아들과 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독일 군인의 질문.


전쟁이 끝나고 미국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꿈꾸지만, 그녀가 함께 살고 있는 나단은 하버드 생을 사칭한 정신병자. 그와 헤어지기로 결정한 다음날, 그녀는 나단과 함께 침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음악은 마빈 햄리시가 담당했습니다.




https://youtu.be/R2Dxx3_iF14

https://youtu.be/GWeQGsbchJA











2 아웃 오브 아프리카, 1985


여주인공 카렌은 영화의 말미에 연인인 데니스가 자신을 데리러 오는 길에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이런 독백을 하죠.


'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신의 의도를...'


신중하지 못했던 결혼과 이혼, 자유로운 연인의 죽음, 그리고 독백.


https://youtu.be/Rjzf_cWzlp8












3 씨받이, 1986


어떤 사람들은 강렬한 제목과 포스터 때문에 '에로'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대를 잇는데 도구로서 사용된 '여성', 그리고 모성조차도 말살되는 조선시대 하류 계층의 여성에 대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옥녀(강수연)'의 모친도 씨받이를 하던 여성으로 옥녀는 어느 대갓집의 사생아였죠.

옥녀는 결국 아들을 낳지만 아기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1년 후 그 집이 보이는 나무에 목을 맵니다.


'자살'은 전통적인 여성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입니다.

시대의 차별에 맞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의미의 무기이기도 하죠.

불의한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면 '시대' 자체를 거절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음악은 한국영화음악 100 여편을 담당한 신병하 씨가, 안선숙 명창이 구음을 했습니다.


구구절절 애절합니다...











4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대체로 비극적이고 비애가 묻어나는 여성영화들이 주를 이루는데, 발랄한 영화도 있습니다.

주인공인 13세의 키키처럼, 하야오 감독이 사춘기의 소녀들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했지요.


1992년도에 나온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또 다른 지브리 영화인 '귀를 기울이면' 과도 주제적으로 이어지는 영화입니다. 사춘기 소녀의 정체성과 꿈에 대한 발견이랄까요.


사춘기를 겪는 13세의 키키가 극 중 이런 말을 합니다.


"난 수행 중인 몸이에요. 마법이 없어지면 나 쓸모없게 돼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대사가 아닌가요.

사춘기는 13세의 소녀에게 '수행'과도 같죠.



주제곡인 '루즈의 전언'과 25주년 기념 무도관 공연중의 키키연주입니다. 



https://youtu.be/vjh6trBpR7Y

https://youtu.be/m4LrW5f4dyc






5 홍등, 1991


장이모가 감독하고 공리가 주연이면 무조건 봐야지요. ㅎㅎ


1920년대 봉건사회의 중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대학을 다니다 집안의 결정으로 부잣집 네 번째 첩으로 들어가게 된 송련(공리).

주인 양반의 아이를 낳아주고 놀아주는 한낱 노리개로 전락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는 허탈감에 빠지고, 셋째 부인이 부정을 저질러 죽임을 당하는 모습에 미쳐버립니다. 그리고 집안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섯 번째 부인이 들어오면서 중국 봉건사회의 악습은 송련과는 상관없이 지속되죠.


영화의 제목인 홍등은 주인 양반이 방문하게 될 부인의 방 앞에 걸어놓는 예고의 의미가 있는 등입니다.

이 등 하나로 부인들의 낯빛이 변하죠.


송련처럼 '미치는 게' 정상이어야 할 상황에서 미친 송련이 이상한 여자가 되는 봉건사회의 악상입니다.



부정을 저지르던 셋째 부인이 노래 부르는 장면과 삽입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nLZFtpEdmI

https://www.youtube.com/watch?v=XAU9or2HQiU












6 델마와 루이스, 1991


리들리 스콧이 과감하게 만들어낸 여성 로드 무비.


일상에 지친 두 여자가 여행을 떠나지만 마주치는 상황들인 이상하게 꼬이기만 합니다.

루이스(수잔 서랜든)은 델마(지나 데이비스)를 강간하려는 치한을 총으로 쏴 죽이게 되고 델마를 꼬시던 제비(브래드 피트)는 돈을 훔쳐 달아나고...


마지막에 절벽을 앞에 두고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 절대 잡히지 말자, 가자!"

"정말?"

"그래!"


영화는 절벽으로 뛰어드는 장면까지만 보여줍니다.

자유를 찾은 그녀들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니라고 감독이 말하는 듯 합니다.

음악은 한스 짐머가 맡았습니다.


https://youtu.be/66CP-pq7Cx0

https://youtu.be/cRkCoC2B4XU

https://youtu.be/CrTyeTP48JY













7 서편제, 1993

한의 소리를 찾으려 딸의 눈을 뺏어간 아버지.

그리고 절정의 소리를 찾았지만 눈을 잃고 또 다른 남자를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 송화.


아버지를 위해 몸을 내던진 심청이와 같이 아버지의 소리에 대한 꿈을 위해 자신의 눈을 버린 송화의 마지막 '심청가'는 압권입니다.


여성과 한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도 하는 전통적인 정서라는데 말입니다.


한국 영상자료원의 유튜브 계정에서 전편을 무료 제공하고 있습니다.

1시간 41분쯤부터 시작되는 남매의 마지막 소리가 압권입니다.

심청가죠.


https://youtu.be/Z-MOMTUcVEc












8 피아노, 1993

제인 캠피온 감독은 물론 홀리 헌터, 음악을 맡은 마이클 니만의 역작입니다.

패왕별희와 함께 칸느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남편 '스튜어트'에 의해 피아노를 치던 손가락을 잘린 '에이다'

결국 피아노와 함께 배를 타고 돌아가던 중 에이다는 스스로 피아노와 함께 바다로 몸을 던집니다.



https://youtu.be/O4N8Sssc4CM










9 어둠 속의 댄서, 2000

라스 포 트리에 감독이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이 세운 철칙인 '도그마'까지 위배하고 만든 영화입니다.

아이슬란드의 다재 다능한 뷔요크는 주연과 음악을 맡아 칸느에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죠.


배경은 1964년의 미국 워싱턴주입니다.


자신의 돈을 훔친 경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처럼 눈을 잃게 될 아들의 수술을 위해 뮤지컬 배우가 꿈인 그녀는 모든 혐의에 입을 닫고 교수형을 당합니다.



https://youtu.be/-15u6J_PmT8

https://youtu.be/VrYpd1YO67k












10 프리다, 2002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격정적인 삶을 그린 영화.


사춘기인 1920년대 전차 사고로 척추를 다치는 대형사고를 겪고,

자신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역시 멕시코의 화가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

그리고 동성애까지...


1900년대 초의 여류화가지만 남성 주류사회에 종속되길 거부하고 자신의 열정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원했던 그녀의 삶은 화려한 음악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느낌이 담긴 여성 정체성을 다룬 대다수의 영화와 굉장히 차별화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프리다는 자신의 전ㅇ시회에 침대에 눕혀진 채 방문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Where is the music?"


원래 여성들은 이렇게 당당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https://youtu.be/TNHqPGTMNWQ














11 디 아워스, 2002

전체적으로 불안하고 섬세한 여성을 보여준 영화.


자신을 담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회에서 숨이 멎을 듯했던 버지니아 울프.

정해진 삶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로라 브라운.

에이즈에 걸린 작가이자 한때 연인이던 리차드 브라운을 보살피는 편집자 클래리사.


자살을 선택한 울프.

도피를 선택한 로라 브라운.


그리고 로라는 아들 리차드 브라운의 장례식에 찾아가 클래리사에게 이렇게 말하죠.


"죽음 같은 현실보다 삶을 택한 거예요."


21C를 살고 있는 클래리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음악은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가 맡았습니다.


https://youtu.be/r2fHNkUy7Sk

https://youtu.be/_f0TNK7fb1w

https://youtu.be/Vn4jsyYdsxQ










12 블루 재스민, 2013

남편의 외도 앞에서

남편도, 허영도 포기하지 못하는 21c 여성 재스민.


우디 알렌식의 수다와 유머가 넘치는 영화입니다.

당찬 삶을 즐기고 미성년 프랑스 가정부 소녀와 외도하는 남편에 당당하게 따지기도 하지만

결국 도피처로는 외교관인 드와이트를 선택하는 재스민.



우디 알렌식의 잘못된 여성주의를 비꼬기가 아닌가 합니다.



케이트 블란쳇은 이 영화로 2014년 오스카를 거머쥡니다. 늦은 감이 있죠.



https://youtu.be/Ibsc7DiTBPM

https://youtu.be/N2k7-gCMA74






이 외에 올릴까 말까 고민했던 영화가,


1957년 빅터 플레밍 감독, 비비안 리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973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주연의 '화니걸'

1983년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감독, 주연의 '옌틀'

1989년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까미유 끌로델'

1996년 제인 캠피온 감독, 니콜 키드먼 주연의 '여인의 초상'

1999년 까뜨린느 브뢰야 감독의 '로망스'

2004년 마이크 리 감독, 이멜다 스텐턴 주연의 '베라 드레이크'

2005년 박찬욱 감독, 이영애 주연의 '친절한 금자씨'

2006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나카타니 미키 주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9년 봉준호 감독, 김혜자 주연의 '마더'


이런 게 있었습니다.




밤이 늦었네요.


모기가... ㅡㅜ  또... 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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