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봄이었다.
병원에서 암판정을 받고
가족들과 한바탕 소란을 거친 뒤
아버지가 결국엔 수술하지 않기로 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2 ~ 4화 어느 날 갑자기 1~3 참고)
갑자기 이번 주 토요일에 집에 좀 들렀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전화가 왔다.
평소에 와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던지라
나는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그' 2층집에 살고 있었다.
(8화 2층 집 참고)
오래된 단독주택은 집으로서 효용을 다해가는 중이었다.
한여름엔 실내가 바깥보다 더웠고
한겨울엔 실내가 바깥보다 추웠다.
에어컨은 없었고
가스보일러는 가스가 아까워 작동을 안 한 지 오래였다.
적당한 아파트를 구해서 이사 가자고
여러 번 설득했지만
'집은 땅 위에 있어야지, 공중에 있는 아파트에는 살고 싶지 않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아버지였다.
안부와 건강을 묻는 소소한 대화가 끝나고
아버지는 본론을 꺼내셨다.
"이 집을 팔면 작은 아파트는 살 수 있겠지?"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년을 별러왔던 그 순간이었다.
이 순간 모든 진실은 무의미하다.
너무 급하게 반응하면 안 된다. 아버지가 물러서면 끝이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시큰둥하게 내뱉었다.
"사고도 남겠죠, 등기는 어디에 있어요? 한 번 확인해 볼게요."
나는 아버지 집문서를 들고 가서 주변의 단독주택 시세, 최근 거래, 지역의 부동산 시세추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흔들렸다.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안 올지도 모른다.
공인중개사 사무실 몇 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오래된 단독주택이 쉽게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믿는 곳은 따로 있었다.
몇 년 전부터 구 주택가를 돌며 혹시 물건을 팔 생각이 있으며 연락을 달라던
원룸업자가 있었다. 매도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뒤져서 그 원룸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