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톺아보기(2)
힘 못쓰는 강원, 최약체 대구 잡고 부활 신호탄 쏘나.(강원도민일보)
강원 컬링전사들 선수권대회 국대선발전 출격(강원도민일보)
사무실에 온 신문에서 오늘 아침 기사 제목들이다. ‘아하, 이 양반이 스포츠면을 즐겨 보는구나!’ 하는 분들이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본 말은 ‘신호탄, 컬링전사들, 출격’ 같은 살벌한 말들이다. 신호탄은 군사 작전을 알릴 요량으로 쓰는 탄환이요, 전사는 총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서는 사람을 가리킨다. 출격은 자기 진지에서 적을 치러 나감을 뜻하는 말이다. 이쯤 되면 스포츠는 총칼 없이 치르는 전쟁이다. 적을 고꾸라뜨려야만 내가 산다. 그게 전쟁인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런저런 데서 하도 자주 쓰는 까닭에 이들 말이 군인들이 쓰는 말인 줄 까먹을 지경이다.
또 다른 신문을 들춰 보니 ‘“전 부처 다시 보고하라” 군기잡기 나선 이한주’라는 기사가 보인다. 기사 한 대목을 보자.
그런데 19일 국정기획위는 “(보고 내용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전 부처의 업무 보고를 다시 받는 수준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관료 사회에 대한 ‘군기 잡기’로 해석됐다.(≪조선일보≫ 2025. 6. 20. 6면)
‘군기’는 군인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규율이다. 군기 잡기는 명령에 복종하고 질서를 바로잡을 요량으로 병사들에게 교육하거나 훈련하는 일을 말한다. 군대는 그 어떤 조직보다 명령하고 복종하는 질서, 다시 말해 군기가 잡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군기'나 '군기 잡기'라고 하면 매우 께름칙하게 여긴다. 병사들을 '갈구고' 얼차려를 시켜 까라면 까는 굴종을 강요하는 몹쓸 짓을 군기 잡는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연히 군기 잡는 쪽은 어른이고 상급자고 선배다. 거꾸로 잡히는 쪽은 아이고 하급자고 후배다. 터무니 없는 이유를 들어 굴종을 강요하려고 한다는, 비딱한 마음이 먼저 든다. 하지만 ‘군기 잡기’가 군복 입은 시민으로서 비판하고 판단하는 힘까지 말살해선 안 될 일이다.
말이 샛길로 샜다. 이런 말들을 조심하고 가려 써야 할 신문방송이 오히려 내남없이 마구 쓰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 하면 좋을까. 물론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학교에서도 훈화, 군기, (입시)전략, (정시) 공략, 지원사격, 확인 사살, 요령(피운다) 같은 말을 서슴지 않고 쓰는 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이 땅에선 하루하루 전쟁터에 나선 군인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라는 말 아니겠나.
#공공언어 #군대말 #군기 #신호탄 #전사 #출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