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톺아보기(6)
내남없이 ‘러브콜’을 영어로 안다. 이 말이 영어 아니면 대관절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한번 입에 붙은 말을 떼어내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러브콜’은 누가 보더라도 영어 ‘러브’와 ‘콜’을 붙여 생겨난 말 아닌가. 영어라면 영어사전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영어사전엔 ‘러브콜’이 없다. 그러면 우리만 아는 콩글리시(한국식 영어), 이를테면, 믹스커피, 치킨, 아이디, 팬티, 고딕체, 밴드, 팀플, 메이커, 체크카드, 피티(PT), 피피엘(PPL) 같은 말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앞질러 말하자면 이 말은 일본식 영어다. 일본어사전인 ≪디지털다이지센≫에서 ‘라부코루(ラブ‐コールㆍlove call)’를 찾으면 다음과 같이 풀어놨다.
1. 사랑을 담아 부르는 것.(愛情を込めて呼びかけること。)
2. 어떤 일을 이룰 요량으로 상대에게 간절히 호소하거나 그 호소를 뜻함. 物事を実現させるため、相手方に熱心に呼びかけを行うこと。また、その呼びかけ。
일본말 ‘라부코루’는 우리가 아는 ‘러브콜’과 뜻이 그대로 겹친다. 다만 일본말과 다르게 우리말에서는 아직 사전 올림말로 인정 받지 못했다.
1987년 6월 14일치 ≪조선일보≫ 5면 이규태 코너 <까치>라는 글에서 “「禽經(금경)」에 보면 까치는 암수(雌雄)가 위 아래 날으면서 音感孕胎(음감잉태)-곧 러브콜로 새끼를 밴다 했다”는 대목에서 ‘러브콜’이란 말이 처음 보인다. 러브콜을 ‘음감잉태’라고 뒤쳐 쓴 표현이 재미나다. 소리를 주고받아 새끼를 밴다는 말이지 싶다. 암튼 이즈음을 시작으로 보면 거의 반 세기쯤 써온 말이라고 하겠다. 배달말 사전 올림말은 아니나 흔하게 쓰는 말로 인정한 때문인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러브 콜(love call)’이 올라있다.
1. 상대가 친근감을 가지고 불러 줌.
2. <경영>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편법 가격 할인의 일종. 가격 할인을 시작하기 전에 단골 고객들에게 미리 제품을 판매하고, 할인 기간에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좋아하는 마음이나 관심을 상대에게 내보이는 일과 함께 단골에게만 물건 값 편법으로 깎아주기란 뜻 두 가지으로 들어놨다. 2의 뜻은 ‘우리말샘’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뜻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 기사를 보자.
이수만 A20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겸 비저너리 리더(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ㆍ73)가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프랑스 현지 대중음악계와의 협업을 제안 받았다. (2025년 6월 23일치 ≪조선일보≫ 18면)
기사 제목은 <프랑스 대통령 만난 이수만, 협업 러브콜 받아>다. 바탕글에서 ‘제안’이라고 쓴 말을 제목에선 ‘러브콜’로 바꿔 썼다. 이때 ‘러브콜’은 상대에게 어떤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거나 요청하는 일을 뜻한다. 어떤 사람을 자기 편으로 끌어올 요량으로 보내는 ‘러브콜’은 ‘구애(求愛)’가 아니라 ‘제안’이나 ‘요청’이란 말이 더 정확한 뜻이다. 하지만 ‘우리말샘’은 이 뜻을 놓치고 말았다.
뜻풀이 파일을 열어서 ‘제안’이나 ‘요청’이란 뜻을 더 보태야 한다. 고치는 김에 ‘일본식 영어’라고 말밑도 함께 밝혀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내 보기에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다. 참고로 영어로 ‘러브콜’은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시리어스 오퍼링(serious offering)’이나 ‘어니스트 프로포절(earnest proposal)’을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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