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71)
아시랑골은 쇄운동과 동회동이 갈라지는 살피인데, 용산서원 뒤쪽 골짜기를 가리킨다. 이 골을 ‘아시랑골’이라고도 하고 ‘아곡’이라고도 했다.
아시랑골? 대관절 무슨 뜻으로 지은 이름인지 아리송하다. 아시랑골의 다른 이름인 ‘아곡’은 초오 아(雅) 자, 골 곡(谷) 자라서 더 먹먹하다. ‘초오’는 미나리아재빗과에 드는 여러해살이풀인 투구꽃의 뿌리를 가리킨다. 꽃 모양이 투구를 닮았다 하여 투구꽃이라고도 하고, 각시투구꽃, 세뿔투구꽃, 놋젓가락나물, 참줄바꽃, 지리바꽃, 이삭바꽃, 세잎 돌쩌귀, 그늘돌쩌귀 같은 딴 이름도 있다. 초오두(草烏頭)가 본딧말로 까마귀 머리를 닮은 풀이라는 뜻이다. 초오 덩이뿌리는 뇌졸중(중풍)을 다스리는 약재로 쓰지만, 숨통을 막고 팔다리가 오그라들게 할 만큼 강한 독이라서 사약을 짓는 재료로도 썼다. ‘아(雅)’ 자는 ‘큰부리까마귀’란 뜻도 있다. 한자 뜻으로 풀면 초오골이나 까막골처럼 되는데 헛다리 짚는 꼴이라 고개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의 한자 뜻이 아니라 배달말에서 말미암은 말로 톺아보자.
배달말 땅이름 ‘아시랑골’이 먼저 있고 뒤에 ‘아곡’으로 받아적었다고 보아야 옳다. 소리로 볼 때도 ‘아곡’이 ‘아시랑골’로 바뀌기란 쉽지 않다. 내 보기에 ‘아시랑’은 ‘앛-’에서 온 말이다. 그림씨인 ‘앛다’는 ‘작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앛다’의 ‘앛’을 매김씨꼴로 쓴 땅이름들에 아치내, 아치나리, 아치고개, 아치섬, 아치밭 따위가 있다. 작은 내, 작은 고개, 작은 섬, 작은 밭이라는 뜻이다. ‘앛-’은 아치에서 멈추지 않고 ‘아치>가치>까치’로 소리 바꿈을 하면서 까치내, 까치고개, 까치섬, 까치밭 같은 땅이름을 지어낸다. ‘아치’와 마찬가지로 작다는 뜻을 보탠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하는 노랫말에서 보듯 까치설은 설날 바로 앞날로 섣달 그믐날이다. 까치가 쇠는 설이 아니라 작은 설이라는 뜻이다.
길게 말했지만 아스랑골은 ‘앛골’에서 생겨난 땅이름이다. ‘앛+골>앗골>아스골>아스랏골>아스랑골’처럼 바뀌어온 셈이다. 작은 골이나 작은 마을이란 뜻이다. 물론 옛기록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어떤 말이고 어떤 소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시나브로 일어난다. 이는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