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기코셍이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72)

by 이무완

벼룩 간 내어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하는 짓이나 씀씀이가 몹시 잗달고 좀스럽다고 힘주어 말할 요량으로 지어낸 말이리라. 잘 알다시피 간은 우리 몸속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꿔 오줌에 섞어 내보내는 구실을 한다. 하지만 곤충은 요산을 그대로 몸 밖으로 내보내는 까닭에 간이 없다. 벼룩이 비록 작아도 곤충이니 간 따윈 아예 없다. 그런데 벼룩 간을 내어 먹는다니 참으로 재미난 말 아닌가.

‘벼룩’을 동해나 삼척 말에서는 벼륵, 벼르기, 베레기, 베리기, 베르기라고 한다. 오늘은 지역 땅이름에 있는 베르기코셍이를 톺아보려고 한다. ‘베르기’를 ‘벼룩’이라고 하면 뒤엣말 ‘코셍이’는 대관절 무엇이람.

≪동해시 지명지≫(2017)를 보자.


상월산에서 서학골 내려오는 도중의 꼬불꼬불한 산언덕. 벼룩의 콧등처럼 생겼다는 데에서 유래한 지명이라 본다. 위쪽 것을 웃베르기코셍이, 아래쪽 것을 아랫베르기코셍이라고 부른다. 코셍이는 사람에 따라 코싱이라고도 한다.(164쪽)


서학골은 옛 삼흥초등학교가 있던 관마을에서 내 건너 서쪽으로 길게 난 골을 말한다. 옛날 마을 어귀에 있던 서낭당에 숲이 우거져서 학들이 날아와 집을 짓고 살았다 하여 ‘서학동’(棲鶴洞)이라고 했지만 썩 믿을 만한 말은 아니다. 사악골, 사앗골이라고도 한다.

베르기코셍이는 상월산(970.5미터)에서 서학골로 내려오다 벼룩 콧등처럼 생긴 산등이라고 했는데, 지도로 봐선 어딘지 짐작하기 어렵다. 아무튼 지역 말에서 콧등은 콧디이, 콧시이, 코셍이, 콧잔디이, 콧잔데이, 콧잔뎅이라고 했다. 잔디이나 잔데이는 ‘잔등’을 가리키는 말로 크지 않은 산의 등줄기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잔등’은 ‘→ 등’으로 나타냈지만 지역 말에서 ‘잔등’은 멀쩡히 살아있는 말이다. 다만 ‘콧잔등’은 사전 올림말인데, “‘코허리’를 낮잡아 이르는 말.=콧잔등이.”로 풀어놨다.

한편, ‘베르기코등’도 있다. 사문동 밤나무골 남쪽에 있는 언덕이다. 묵호초등학교 앞 내 건너 언덕으로 지리골로 넘어가는 산등이다. 언덕치고는 매우 야트막하다 해서 벼룩을 끌어다 붙인 이름으로 볼 수 있다. ‘베르기코셍이’나 ‘베르기코등’이나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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