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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라는 말

by 이무완
경향신문 14면 손끝엔 땅 발끝엔 꿈 그 끝엔 환희 20231007.jpg

(사진 출처: 경향신문 2023. 10. 7. 14면 손끝엔 땅 발끝엔 꿈 그 끝엔 환희)


항저우 아시안 경기대회가 끝났다. 우리 선수들이 참가했지만 메달 딸 가능성이 적은 종목들은 텔레비전 중계로 거의 볼 수 없다. 거기에 견줘 배드민턴 경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배드민턴 경기 보면서 자주 들은 말 가운데 하나가 ‘챌린지’다. 낯설다. 축구에서는 브이에이알(VAR, 비디오 보조 심판)이라고 하던데, 배드민턴에서도 이러한 기술을 쓰고 ‘챌린지(challenge)’라고 하는지 처음 알았다.

아무리 공정한 심판이라도 고작 백 원짜리 동전 지름쯤 되는 셔틀콕이 선에 닿았는지 맨눈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허다하고 말고다. 지난날 흔히 듣던 말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심판 눈이 놓친 부분도 기계는 놓치지 않는 까닭에 이 말은 무색해졌다. 셔틀콕이 어디에 떨어졌는가를 두고 선수들이 다시 살펴서 판정해달라고 하는 장면을 자주 봤는데, 세계 1위인 안세영 선수도 그 덕을 여러 차례 봤다.

그런데 왜 ‘챌린지’일까? 영어 챌린지는 ‘중상모략’이나 ‘비방’을 뜻하는 라틴어가 뿌리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도전, 도전장, 항의, 이의 제기, 기피’ 같은 뜻이 주루룩 딸려 나온다. ‘챌린지’보다는 ‘이의 제기’라는 말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내남없이 쓰는 말이지만 배드민턴 경기에서도 ‘챌린지’보다는 ‘비디오 판정 신청’처럼 쓰면 어떨까?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챌린지’는 또 다른 뜻으로 쓴다. ‘참여, 함께하기, 공모전, 대회’ 같이 곳곳에 ‘챌린지’라는 말을 갖다 쓴다. 이럴 때 쓰는 ‘챌린지’는 대개 일본식 영어(チャレンジ·차렌지)를 줏대 없이 따라쓴 말이다. 더욱이 텔레비전을 보면 ‘도전!’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그 뿌리는 일본 방송에 있다. ‘챌린지’를 ‘도전/도전한다, 참여/함께하기’라는 뜻으로 쓰지만, 영어에서는 ‘챌린지’보다 ‘트라이(try)’를 더 자주 쓰는 듯하다.

우리 말 사전에는 지금까지 ‘챌린지’가 없지만 일본어 사전(https://buly.kr/60yayh7)에는 다음과 같이 풀어놨다.


챌린지【challenge】

1. 도전하는 일. 겨루기 따위를 신청하는 것.

2. 어려운 문제나 겪어보지 않은 일에 참여하는 것.

3. 테니스나 배구,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비디오로 판정해달라는 신청이나 그러한 방식. 경기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인물이나 횟수는 다르다. 도전 시스템.


チャレンジ【challenge】

1. 挑戦すること。試合などを申し入れること。

2. 困難な問題や未経験のことなどに取り組むこと。

3. テニスやバレーボール、メジャーリーグなどの試合で、審判の判定に対して異議を申し立て、ビデオ判定を求めること。また、その方式。競技によって要求できる人物や回数は異なる。チャレンジシステ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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