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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판'이라는 말

by 이무완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깽판 치는 거냐”고 했다길래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말밑을 찾아보니 ‘깽판’은 ‘개판’에서 왔다는 설명이 있다. 깽판이 사전 올림말이듯 개판도 어엿한 사전 올림말이다.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으로 풀어놨다. 그러나 ‘개판’이 ‘깽판’으로 되자면 먼저 ‘개’가 ‘깨’가 되고 거기에 [ㅇ]이 끼어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조금 억지스럽다.


또 화투판에서 훼방을 놓아 다시 패를 돌리게 한다고 ‘갱판’이라고 하다가 ‘깽판’으로 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다시 갱’(更) 자를 쓴 ‘갱판’이 된소리가 되면서 ‘깽판’이 되었다고 우기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참고로 화투판에서 판을 깨는 일은 ‘파투’라고 한다. 화투장 수가 모자라거나 차례가 뒤바뀌어 흐지부지된 때를 가리킨다.


‘깽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일을 훼방하거나 망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 말고 낱말 짜임이나 말밑을 알려주는 설명이 없다.


혼자 생각이지만 깽판은 ‘갱(gang)+판’이 아닐까 싶다. 못된 짓을 일삼는 ‘갱’들이 어지러이 벌여 놓은 ‘판’ 말이다. 마침 우리 말에 ‘깡패’가 있다. 사전에서 말밑을 조금 헛갈리게 적어놨는데, ‘gang(갱)+패’로 보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지체 높고 유식한 벼슬아치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보스에게 충성하는 시시껄렁한 ‘갱’하고 무엇이 다른지 헛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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