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가 준다고 지자체고 정부고 난리법석이다. 임길택은 <하얀 기저귀>에서 “울타리에 널려 햇볕을 받고 있는/ 바람에 마르고 있는/ 하얀 기저귀들을 두고/ 선생님은 천연기념불 숲 보는 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정말이지 갓난애 울음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이러다가는 사람 씨가 말라 버리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듣자니 정부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정부 부서를 두어 저출생뿐만 아니라 인구 정책을 두루 살피는 사령탑으로 삼겠다고 한다. 부서 이름이 ‘인구전략기획부’! 비장하기 그지 없다. 인구야 내남없이 다 아는 말이고, 기획은 어떤 일을 해나가려고 미리 살펴 어떻게 하기로 결정하는 일이다. 가운뎃말인 ‘전략’은 전쟁에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궁리해서 생각해낸 방법을 말한다. 해가 더할수록 사람이 줄어들어 학교고 지역이고 나라고 ‘소멸’할 판이니 전쟁 같은 상황이긴 하다.
너나없이 아이를 낳기 꺼리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아이들 낳는 계층은 중산층이고 고소득층이다. 이는 통계(https://tinyurl.com/2qj5yv6w)로 알 수 있다. 먹고 살 만해야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낳는다는 말이다. 옛말에 사람은 저 먹을 것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지만 요새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이 하나 낳아 공부 시키고 독립시키자면 보통 사람들은 그야말로 등골이 빠져야 한다. 그런데 스무 해 가까이 검사 노릇 해서 수십 억대 재산을 모은 이들은 도대체 무슨 수로 돈을 모았는지? 비아냥대듯 말했지만 전쟁 아닌 전쟁을 끝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없는 건 10:90이라는 일상의 불평등을 줄이려는 용기가 없을 뿐이다. '전략'이라는 군대말을 끌어왔다면 그에 걸맞는 실천을 보여주면 좋겠다.
#인구전략기획부 #출생률 #인구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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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유진성(2022)이 쓴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한국경제연구원 KERI 정책제언 22-04.>에서 볼 수 있다. 이 논문은 “소득분위별 출산율 격차가 유의적으로 나타나고 특히 소득 하위층에서의 출산율이 낮게 나타나는 만큼 향후에는 저소득층 중심의 출산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영아지원금 등을저소득층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여 저소득층 혹은 소득 하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 및 강화하고 상위층에 대해서는 지원을 줄이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지만, 내 보기엔 임시 방편이지 근본 대책은 아니다.
말이 났으니, 이 땅에서 고소득층은 의사를 비롯하여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직이다. 넉 달 넘도록 병원에 돌아가지 않는 전공의나 휴진으로 겁박을 일삼는 의사들이 지키려는 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아니다. 자신들의 미래 소득이다. 의사들 벌이는 임금노동자 평균 소득보다 7~8배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의사 평균 소득에 대면 두 배나 더 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