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골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80)

by 이무완

동해시에 솔골이 두 곳이다. 한자로는 모두 송곡으로 쓴다. 한 곳은 광희중·고등학교 뒤쪽에 있는 조그마한 골로 객당 아래쪽으로 지금은 동해프라우드스위첸아파트가 있는 골이다. 객당은 바람재 아래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을 가리킨다. 객당이 있다고 해서 ‘객당산’이라고 했고, 동해시립박물관 건립 후보지(지흥동 94-2)이기도 했다. 다른 한 곳은 동해중앙초등학교가 있는 골을 가리키며 진골 어귀다.

동회동 '솔골'과 천곡동 '솔골'

두 곳 모두 소나무가 많은 골짜기라고 해서 ‘솔골’이라고 했고, ‘솔’을 소나무 송(松) 자를 써서 ‘송곡’이 되었다는 설명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동해시사≫도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 생긴 지명”(537쪽)이라고 했다. 땅이름은 그곳에 무엇이 나고 자라는지, 특징 있는 지형지물이 무엇인지 살펴서 붙였을 때 가장 잘 지은 것이다. 잣나무가 많으면 잣골, 밤나무가 많으면 밤골, 뱀이 많으면 뱀골, 샘이 나면 샘골, 절집이 있어서 절골, 우물이 있어서 우물골……. 그러니 ≪동해시 지명지≫나 ≪동해시사≫에서 말하듯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소나무골’이 되었고, ‘솔골’, ‘송곡’이 되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럽다.

더욱이 우리 땅 곳곳에 솔골이 있고 ‘소나무’와 얽은 이름 유래가 많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우리 땅 어디서나 소나무를 흔하게 보고, 동시에 중요한 나무로 보았기 때문이다. 지구로 넓혀 보면 한반도와 일본, 중국 동부 쪽에서 자랄 만큼 소나무는 꽤나 귀한 나무이지만 우리 땅으로 좁혀 보면 숲의 약 20퍼센트가 솔숲이라고 할 만큼 흔하디 흔하다. 더욱이 조선 사대부들이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나무 가운데 으뜸으로 보았고, 봉산을 두고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했다. 그런 까닭에 소나무와 얽힌 숱한 땅이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땅 모양을 살피지 않은, 매우 게으른 설명이다. ‘솔골’에서 ‘솔’은 소나무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달말에서 ‘솔’은 소나무뿐만 아니라 ‘솔샘, 솔바람, 솔내, 오솔길, 솔고개(솔치), 솔섬, 솔다’ 따위 말에서 보듯 (비)좁다, 작다는 뜻도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솔다’를 찾으면 너르다와 뜻이 맞서는 말로 보고 “공간이 좁다”로 풀어놨다. 가령, ‘오솔길’은 ‘오+솔+길’과 같은 짜임인데, 외따로 난 좁은 길 정도로 뒤쳐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솔샘’은 작은 샘이요 ‘솔바람’은 가느다랗게 부는 바람이요 ‘솔내’는 좁은 내다. ‘솔치’는 좁다란 고개요 ‘솔섬’은 작은 섬이요 ‘솔등’은 좁은 등성이를 가리킨다.

요컨대 ‘솔골’은 ‘소나무골’이라는 뜻이 아닌 ‘작은 골’일 수 있다. ‘솔골’에 견줘 크거나 너른 골은 뭐라고 했을까. ‘넙골’이나 ‘큰골’, ‘감골(곰골, 가마골, 고마골)’이라고 했다.



송곳 ≪훈몽자회≫(최세진, 1527)에 보면, ‘솔옷’이라고 했고, ≪유합≫(16세기 이후)에는 ‘손곳’으로 썼다. 이때 ‘솔’은 ‘뾰족하다, 좁다’는 뜻이고 ‘곳’(곶)은 ‘꼬챙이’란 뜻과 함께 ‘강이나 바다 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땅’을 가리킨다. 곶게(꽃게), 곶갈(고깔), 곶광이(곡갱이)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솔옷’은 ‘솔+곶’으로 볼 수 있는데 뾰족하고 길게 튀어나온 물건이라서 붙은 이름인 셈이다. 끝이 뾰족하다는 말은 달리 생각하면 가늘다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소리꾼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