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습니다. ”
올 1월 어느날, 대통령 부인이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한 대목이다. 문자메시지를 읽고도 씹는(?) 바람에 지금 같은 야당 판이 되지 않았냐고 서로 닥거리질하다 뒷구멍으로 새 나온 것인데 놀랍기 그지 없다. 대통령 배우자가 사과할지 말지를 남편의 옛 직장동료이자 하급자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하고 의논한 일도 해괴하지만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라고 쓴 대목에선 정말이지 입이 쩍 벌어진다.
무릇 동지(同志)란, 꿈꾸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니 꿈꾸는 일이 같다면야 누구라도 동지가 되고 말고다. 프랑스어 ‘깨마하드’(camarade)에서 생겨난 말로, 말밑으로 보면 ‘한 방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말이 러시아어 ‘따바리쉬’(Товарищ)가 되었고, 조선공산당은 ‘따바리쉬’를 ‘동지’로 뒤쳐 우리 말에 자리잡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음.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한자 풀이식으로 적어놨다.
말뜻을 떠나 대통령 배우자든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든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 있고, 그 노리는 바가 같아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함께 겪어왔다면 누가 뭐래도 동지 맞다. 더욱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332회나 주고받을 만큼 각별한 사이임을 온 세상이 다 아는 바다.
다만 대통령의 배우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이다. 이미 디올백과 관련해서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민간인’이라고 부르대지 않았나.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나랏일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국회의원 선거이든 정당의 일이든 간섭해선 안 된다. 아무튼 요새 정치판 돌아가는 꼴을 보면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오로지 이익만 있을 뿐’이라던 말이 새삼스럽다. 대통령은 ‘읽씹’을 들먹이면서 “이런 ××를 어떻게 믿냐”고 격노했다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