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골은 정말 ‘먼’ 마을일까?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116)

by 이무완

정선군 북평면 북평리에 ‘먼골’이 있다. 한자 땅이름으로는 멀 원(遠), 골 동(洞)을 써서 ‘원동(遠洞)’이라 적는다. 글자 뜻만 놓고 보면 ‘먼 데 있는 마을’쯤으로 풀이하기 쉽다. 그러나 땅모양과 말밑을 함께 살피면 ‘거리’보다 마을 앉은 자리가 높고 험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수도 있다.


<조선지형도>(1917)를 보면, 먼골은 약수에서 북서쪽으로, 백석봉(1187.4m)과 1147봉 사이 골을 따라 1.5킬로미터 남짓 들어간 곳이다. ≪정선 북평면 땅이름유래≫(북평면, 2007, 93쪽)에는 “길이 아주 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먼골.jpg 지도 출처: 조선지형도, 1917

땅모양을 구체로 그려 보면 이렇다. 항골 물레방아가 있는 곳에서 용소골 쪽으로 오르다가 왼쪽 백석봉으로 갈라지는 골짜기가 먼골이다. 예전에는 항골에서 백석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던 골짜기로, 장항동 쪽에서 곧장 넘기에는 산줄기가 가파르고, 약수 쪽으로 내려왔다가 골 사이로 한참을 들어가야만 닿는다. 산기슭은 벼랑에 가깝고, 마을이 앉은 자리는 해발고도 900미터에 이를 만큼 높은 곳이다.


이런 곳을 가리켜 ‘길이 멀다’는 설명만으로는 넉넉하지 않다. 산길을 오가는 느낌은 거리보다 길의 높낮이와 가파른 정도가 아니겠나. 그런 눈으로 보면 먼골은 ‘말골’에서 말미암은 이름일 수 있다.


땅이름에서 ‘’은 으뜸, 맨 위, 높은 곳, 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 마을을 뜻하는 ‘골’을 붙여 ‘골’이 되고, 소리 흐름에 따라 ‘멀골’을 거쳐 ‘먼골’로 굳어졌을 수 있다. 더욱이 은 뒤에 오는 말과 어울리면서 ‘마리, 머리, 마루, 말, 몰, 멀’처럼 여러 소리로 달라진다. 말밑이 흐리터분해지자 ‘멀’과 ‘먼’을 ‘멀다’의 말줄기로 잘못 알고 멀 원(遠)을 빌려 ‘원동(遠洞)’이라 적으면서 다시 그 한자 영향으로 오늘날 ‘먼골’로 더욱 굳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때에도 ‘먼 마을’보다 ‘높은 데 있는 마을’로 볼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아울러 조금 다른 해석도 있을 수 있다. 배달말 그림씨에 ‘머흘다’란 말이 있다. 궂고 험하다는 뜻이다.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로 여는 옛 시조에서 ‘머흐레라’에서 그 쓰임을 볼 수 있다. 깊고 험한 계곡이라는 땅모양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머흘골’에서 소리 바꿈이 일어나 ‘멀골’이 되고, 이를 한자로 옮기면 ‘원동(遠洞)’이 될 수 있다.


길이 험하고 고된지는 얼마나 먼 길인지보다 얼마나 가파른 길인지로선군 북평면 북평리에 ‘먼골’이 있다. 한자 땅이름으로는 멀 원(遠), 골 동(洞)을 써서 ‘원동(遠洞)’이라 적는다. 글자 뜻만 놓고 보면 ‘먼 데 있는 마을’쯤으로 풀이하기 쉽다. 그러나 땅모양과 말밑을 함께 살피면 ‘거리’보다 마을 앉은 자리가 높고 험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수도 있다.

우리가 길이 험하고 고되다고 할 때는 얼마나 먼 길인지보다 얼마나 가파른 길인지로 따진다. 일반 도로는 경사도가 6퍼센트를 넘으면 ‘주의’ 표지판을 세우고 8~10퍼센트만 되어도 급경사로 친다. 약수에서 먼골까지 직선 거리를 2킬로미터로 치고 약수와 먼골의 높낮이를 450미터 정도로 보면 경사도는 자그마치 22.5퍼센트에 이를 만큼 매우 가파르다. 요컨대 먼골은 멀고 가까움을 따져 생겨난 땅이름이기보다 높고 험한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서 붙은 이름일 수도 있다.


약수와 먼골의 표고 차는 450미터 정도로, 경사각으론 12.7도다.


[일러두기] ‘골’에서 보듯 굵고 붉은 글씨로 쓴 글자는 아래아(•)를 홀소리로 쓴 글자다.

작가의 이전글명주목이, 높은 곳에 난 좁고 잘록한 길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