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137)
지난달 일이다. ≪한겨레≫(2025. 12. 26. 19면)에서 “이웃에 이러고 살아도 말 한마디 이래 도툭막질(쓸데없는 일) 하는 건 읎아”라는 구절을 보았다. 강릉 지역말로 소개한 표현인데 ‘도툭막질’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아마도 ‘도투막질’을 ‘도툭막질’로 잘못 적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투막질’은 움직씨 ‘도투다’나 ‘도톰하다(다툼하다)’에서 나온 이름씨다. ‘도투다’는 표준어 ‘다투다’에 해당한다. 다투는 짓을 ‘도투막질’이라 하는데, 시나브로 입에서 사라져 가는 말이다. 비슷한 소리가 나는 말로 도툴도툴, 도틀도틀, 도툭도툭 따위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울퉁불퉁한 모양을 나타내는 꼴시늉말이다. 또 ‘도톰하다’에서 ‘도’를 힘주어 소리내면 ‘다툼하다’의 뜻이 되지만, 그저 예삿소리로 ‘도톰하다’고 할 때는 보기 좋을 만큼 알맞게 두껍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데, 땅이름에 든 ‘도투’는 무슨 뜻일까. 정선읍 덕송리에 ‘도투골’이란 데가 있다. 땅이름은 대개 그 땅의 생김새나 쓰임, 특징을 살려 지역말로 짓게 마련이다. 누구라도 ‘도투골’은 ‘도투+골’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에 ≪정선읍 지명유래≫(정선읍, 2012, 129쪽)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르네미에서 서쪽으로 난 오목한 골짜기다. ‘도투’는 ‘산’의 옛말인 ‘돋’이 ‘돋’으로 변해, 골짜기나 마을을 뜻하는 ‘골’과 합쳐져 ‘돋골’이라 불렸고, 이 말이 다시 ‘도듯골’을 거쳐 ‘도투골’로 변하였다. ‘도투골’은 ‘산골짜기 마을’이라는 뜻이다. 오래전 덕송리 사람들은 이 도투골로 난 길을 따라 방아재로 올라가 자전으로 다녔다.
이 설명으로 보면 ‘돋+골’을 말밑으로 보았지만, ‘도투골’이 되자면 산의 옛말 ‘돋’과 ‘골’ 사이에 매김토씨 ‘의/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돋으골’이 ‘도트골’을 거쳐 ‘도투골’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산골’이라는 뜻이다.
한편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는 ‘도토마등’이라는 산등성이가 있다. ≪정선 남면 지명유래≫(남면, 2011, 117쪽)엔 이렇게 유래를 말한다.
고잘병을 지나 바른골로 올라가다가 왼쪽에 있는 산등이다. ‘도토마’는 베를 짤 때 날실을 감아 베틀 아래 다리 너머 채머리 위에 얹어 두는 틀을 가리키는 고어 ‘도토마리’를 말한다. 산 모양이 도토마리 형상을 하고 있어 ‘도토마등’이라 불렀다.
도투마리는 베틀에 딸린 부품이지만 요즘에 보기 어렵다. 베를 짤 때 날실을 감아 두는 틀로, 베틀 앞다리 너머 채머리에 얹어 두고 날실을 풀어 가며 베를 짰다. 지역말로는 ‘도토마리’라고 했는데, 배달말 사전에서는 ‘도투마리’로 찾아야 한다. 나무판이 아령 모양처럼 가운데가 잘록하다는 특징이 있다. 산등성이가 도투마리처럼 가운데가 잘록한 모양이라서 붙인 이름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있다. 앞엣말 ‘도토’를 도투골의 ‘도투’처럼 ‘돋+의’로 본다면, ‘마등’은 ‘말등’으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말골, 말들, 말뫼, 말바우 등에서 보듯 땅이름에 쓰는 ‘말’은 대개 ‘크다’, ‘높다’는 뜻을 나타낸다. 이때 ‘말’은 동물인 말(馬)이 아니라 말처럼 크고 높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도토마등’은 ‘돋+의+마루+등’, 곧 ‘산마루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용마루, 산마루와 뜻이 이어지는 해석이다.
신문에 실린 ‘도툭막질’이라는 낱말 하나도 기록과 해석이 버긋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땅이름이라고 다르지 않다. 도투골과 도토마등도 그 속엔 산과 골짜기를 바라보던 옛사람들의 마음과 말이 담겨있다. 땅이름을 톺아보는 일은 백성의 말, 지역의 말을 되살리고 그 땅에 스민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일이다.
배달말 한입 더
돋을볕 해돋이 무렵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 (※햇귀: 해돋이 때 처음 비치는 빛)
돋을새김 물건 면에 모양이 도드라지게 새긴 조각. =부조, 섭새김
돋을양지 돋을볕이 드는 해바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