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2) 가세말, 가세양지, 가재울
땅이름을 들으면 그 말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 말인지 궁금해진다. 가세말도 그렇고 가세양지도 그렇다.
'가세말'(가세마을)은 동해시 천곡동 북동쪽 바닷가에 있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가세말이 자리 잡은 골짜기를 '가세골'이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가 보면 두세두세한 밭 말고는 없다. 집 한 채 보이지 않는데 무슨 마을이냐 싶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두어 집이 있었다. '가세양지'는 가세말에서 남서쪽으로 해가 잘 드는 산비탈에 있는 마을이다. 1980년 4월에 명주군 묵호읍과 삼척군 북평읍을 묶어 동해시가 생겨나면서 동해세관, 동해교육지원청, 동해경찰서 같은 관공서가 들어선 양지받이 언덕이다. 그때 마을은 사라졌지만 이름은 남아 지역 사람에게는 여전히 가세양지다.
가세말이든 가세양지든 ‘가세’에 ‘마을(말)’과 ‘양지’를 붙여 지은 땅이름이다. 이때 ‘가세’는 변두리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동해삼척 말이다. ‘가ː애’라고도 했다. 내 어릴 적 어른들이 일할 데서 얼쩡거리기라도 할라치면 “갈구치지 말구 저짝 가생이로 가가라”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가생이도 가세와 같은 말이다. ‘가세’는 ‘가’나 ‘가장자리’를 뜻하는 옛말 ‘가ᇫ’(갓)에서 왔다. 땅이름에서 ‘가ᇫ’(갓, 갖)은 ‘가, 가세, 가자, 가재’ 따위로 나타난다. ‘가세’는 ‘가ᇫ’에 자리매김토씨인 ‘-에’가 붙어 ‘가ᇫ에>가세’로 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말인 가장자리는 동해삼척 말로는 ‘가상사리’라고도 했다.
한편 동해와 삼척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가세말과 비슷한 땅이름으로 ‘가재울’이 있다. 소리만 들어선 가재울은 가재가 많아서 생겨난 이름으로 잘못 알기 쉬운데 실은 ‘가장자리’라는 뜻에서 가지 친 땅이름이다. ‘가자, 가재’를 한자로 받아적은 말이 ‘가좌’(佳左, 加左), ‘가재’(佳才)다. ‘갖+골’이 ‘갖애골>가재골’로 되고, ‘갖+울’이 ‘갖에울>가재울’처럼 바뀐 셈이다. 마찬가지로 ‘가세마을’은 ‘가ᇫ+에+마을’이다. 말 그대로 풀면 ‘가세말’은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이다.
말이 난 김에 지역 말에 ‘가새, 가애, 가왜, 가우’가 있다. 어금지금한 소리 탓에 ‘가세’가 ‘가위’를 뜻하는 지역 말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삐끗 꼴 사람도 있겠다. 그럴 만도 한 게 가위는 ≪훈몽자회≫(최세진, 1527)에 가위 전(剪) 자를 '가새 젼'(실제 표기는 아래 그림 참고)으로 새겼다. 반치음이 든 '가새'가 동해삼척 말에서는'가새/가애/가왜/가우’처럼 다양한 꼴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