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평덕과 고비덕, 안반덕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57) 큰평데기, 괴비데기, 안반데기

by 이무완

[일러두기] 위 사진은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 풍경(사진: 픽사베이)이다. 아울러 ‘’처럼 붉고 굵게 쓴 글자는 아래아(ㆍ)로 홀소리를 적은 글자다.


큰평데기는 동해시 삼화동 덕만재에 있는 땅이름으로, 달반니산 줄기가 동쪽으로 느릿하게 흐르면서 제법 널찍하게 펼쳐진 산등성이를 말한다. 예부터 나물이나 약초가 흔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데기와 더기와 덕

큰평데기는 [큰+평+데기]처럼 쪼개 볼 수 있다. 배달말사전에서 ‘-데기’를 찾으면 어떤 일과 관련한 일을 하거나 그런 성질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을 더하는 뒷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큰평데기, 괴비데기, 안반데기 같은 땅이름에서 ‘-데기’는 ‘더기’나 ‘덕’의 소리바꿈으로 나타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둔데기, 언데기 같은 지역말에서 어렵잖게 말밑을 짐작할 수 있다.

배달말에서 ‘덕’은 “널이나 막대기 따위를 나뭇가지나 기둥 사이에 얹어 만든 시렁이나 선반”을 가리킨다. ‘더기’는 높이 쌓은 흙 더미를 뜻하는데 배달말사전에는 “고원의 평평한 땅”으로 풀어놨다. 그래서 ‘높게더기’는 높은 데 있는 펀펀한 땅을, 펀더기는 너른 들을 말한다. ‘언덕’은 비탈지면서 조금 두두룩한 땅이요, ‘둔덕’은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게 언덕이 진 곳을 말한다. ‘덕장’은 명태나 오징어, 꽁치 같은 생선을 말릴 요량으로 ‘덕’을 매어놓은 곳이다. 요컨대 ‘덕’이나 ‘더기’는 높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역말에서 ‘더기’는 ‘데기’로 나타나는데, ‘언데기(→언덕)’, ‘둔데기(→둔덕)’에서 볼 수 있다.

큰평데기와 괴비데기(고비덕)와 안반데기(안반덕) (지도출처: 조선지형도)

괴비데기와 안반데기

정선군 북면과 강릉시 왕산면 사이에 있는 ‘괴비데기’는 ‘고비덕’이라고도 하는데 배달말사전에는 ‘고비덕산’(高飛德山)으로 나온다. 떠도는 말로 고비가 많이 나는 언덕이라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지만, ‘고비’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다. 고비는 돌돌 말린 듯한 곱은 순이 나서 [곱+] 꼴로 ‘곱→ 고→ 고비’로 바뀌어왔다. 높이 1000미터가 넘는 가파른 산꼭대기에 있는 펀펀한 곳이라고 해서 [고(高)+빌(벼랑)+덕(더기ㆍ데기)]처럼 생겨난 땅이름으로 보아야 한다.

‘안반데기’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마을이다. 고루포기산(1238미터)과 옥녀봉(1146미터)을 잇는 1100미터 산등성이다. 무밭, 배추밭이 자그마치 20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고랭지 채소 산지로 유명하다. 안반데기는 [안반+덕(데기)]로 쪼갤 수 있는데, 마치 떡메로 떡쌀을 놓고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처럼 땅이 우묵하고 평평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괴비데기, 안반데기, 큰평데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 언데기, 둔데기는 모두 주변보다 높은 데를 가리킨다. 다만, 언데기나 둔데기와 달리 괴비데기, 안반데기, 큰평데기에서 ‘-데기’는 높은 곳이면서 동시에 ‘펀펀’한 땅이라는 뜻이 있다.

마덕(정선군 화암면), 금부덕(함경남도 단천), 함박덕(함경남도 성진) (지도출처: 조선지형도)

대(臺)와 덕(德)으로 쓴 땅이름

예부터 산이 많은 곳에서 높은 데 있는 벌판이나 언덕을 가리킬 때 한자로 대(臺)와 덕(德)을 썼다. 대(臺)는 경포대, 만경대, 망군대, 고적대와 같이 둘레보다 높아서 사방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한편, 덕(더기, 데기)은 안반덕(강릉시), 고비덕(정선군 북면), 평덕(동해시), 마덕(정선군 화암면), 금부덕(함경남도 단천), 함박덕(함경남도 성진)처럼 언덕이 크거나 높은 데에 있는, 펀펀한 땅을 말한다.


배달말 한입 더

높게더기 고원의 평평한 땅.

둔데기 (지역말) 약간 불룩하게 솟은 곳. =든들배기, 던디기

둔지 언덕진 데 있는 평평한 땅

언데기 (지역말) 비탈지고 조금 높은 땅. =언들배기, 언덜배기

언둔지 자그만 저수지가 있는 둔지

펀더기 넓은 들.

펀펀하다 물건의 표면이 높낮이가 없이 매우 평평하고 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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