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 캠페인?

공공언어 톺아보기(4)

by 이무완
환경의 달 비워 캠페인 알림 공문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자고 ‘비워 캠페인’을 펼치니 함께 해달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 동시에 ‘탄소중립 실천 챌린지’도 펼친다고 하니 그 뜻엔 얼마든지 짝짝짝 손뼉 쳐 주고 싶다.

그런데 ‘비워’라는 말부터 글러 먹었다. ‘비워’를 영어로 쓴 ‘B-war’는 암만 좋게 보려고 해도 내 눈엔 그렇게 안 보인다. ‘비워’라고 썼을 때야 '아, 그런가 보다' 하지만, ‘비워(B-war)’처럼 썼을 때는 누구라도 묶음표 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워 = B-war = B-전쟁’처럼 뜻으로 뒤쳐 생각하지 [비워]라는 소리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백 걸음 물러나 ‘비워’라고 생각한다손 치자. ‘비워’는 ‘비우다’의 시킴꼴이다. ‘함께 비워요’나 ‘(그 일을) 우리 함께 해요’ 하고 말해도 신통찮을 판에 ‘비워!’라니 입이 쩍 벌어질 말 아닌가. 말은 어디 쪽에 서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비워!’는 누가 들어도 아랫사람에게 사납게 명령하는 투다.


에이, 좀 께름칙하긴 해도 더 좋은 뒷날을 바라고 하는 일인데 그깟 말 한마디에 왜 별스럽게 구냐고 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다. 그 마음은 존중한다. 하지만 이 말은 공공기관에서 교직원에게 학생에게 주는 말이다. 이런 사나운 말을 듣는 순간 벌떡 일어나려던 마음도 푸시시 꺼지고 말 테니. 이런 말을 듣고도 얼른 마음을 바꿔 기꺼이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나 같으면 이런 말에는 절대 손가락 하나 까딱 않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참으로 드물고 '귀한' 병이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