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에어컨, 그리고 잃어버린 끈기

by 윤수호


20~30년 전만 해도

에어컨은 ‘특별한 집’의 신문물이었습니다.


우린 생활 속 지혜로 여름을 견뎌냈습니다.

그늘 아래 부채질,

우물물에 발 담그기,

저녁 무렵 마당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혔습니다.



불편했지만,
그 불편 속에서
함께 모여 웃고 떠드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엔
불편함조차 하나의 추억이었습니다.


오늘날 에어컨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더위 앞에서 끈기를 발휘하지 않아도 됩니다.
버스와 지하철, 학교와 집,
심지어 산골 오두막까지
차갑게 식혀주는 바람은
인간에게 안락함과 안전을 줍니다.

노약자와 어린아이의 건강을 지키고,
밤잠을 설치던 무더위를 없애주며,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

에어컨이 준 이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린 창을 열지 않고,
자연의 바람과 햇살을 막아내며,
닫힌 공간 속에서 기계 바람만 쫓게 되었습니다.

시시각각 습관처럼 켜는 스위치.
무조건적인 사용은
우리를 자연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듭니다.

편리함이 당연해질수록
끈기와 적응력은 줄어들고,
기후 위기는 가속화됩니다.


어린 시절,
밤마다 온 동네가 마당에 나와
돗자리를 깔고 누워 별을 보던 기억.

냉수마찰로 웃으며 장난치던 형제들.
흙바닥에 물을 뿌리면 피어오르던 그 독특한 흙냄새.

그 시절 우리는 자연과 부대끼며 살았고,
그 속에서 동심은 더 단단해지고
삶의 추억은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에어컨은 분명 우리를 살리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매 순간 의존해야만 하는 장치는 아닙니다.


바람이 스쳐가는 순간을 느끼고,

햇살의 뜨거움 속에서 잠시 땀 흘리며,

불편함을 견디는 삶.


그 속에서 우리는

몸도 마음도 강해지고,

자연과의 연결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편리함은 순간의 쾌적함을 줍니다.
그러나 끊어진 자연은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닫힌 문은 바람을 막고,
결국 우리의 끈기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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