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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Nov 06. 2021

각진 경례의 수위 선생님 그리고 수위실

'샤' 정문 앞, 사라지는 모습들

'샤' 정문 공사가 한이다.

주변을 정리하고 예전 수위실을 없애고, 자그마한 언덕도 깎아내어, 앞이 탁 트이게 정문 주변을 확장하고 있다.


나에게는 정문에 관한 몇 가지의 기억중, 무엇보다 깊이 인상이 남는 모습이 있다. 오가는 사람과 차량에게 꼿꼿한 모습으로 칼 같은 경례를 붙여던 수위 선생님그 절제 동작이다. 다시 한번 받아 보고 싶은 무척이나 그리운 모습이다.


수위 선생님들은 출퇴근 시간이면 늘 정문 옆 도로 한편에 서서 오가는 모든 차량을 리해 주셨다. '샤' 정문 앞은 신사리 방향에서 봉사리 방향으로, 봉사리에서 신사리로, 그리고 학교 안에서 밖으로, 거기에다 학교 밖에서 학교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차들과 사람들로 언제나 어지러웠다.


봄 여름이면... 꽃잎과 나뭇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났고, '샤'정문을 드나들고픈...

교복 입은 예비 학생들과 이곳으로 제자들과 아이들을 보내고픈 선생님과 부모님이 찾는 사진 명소였다,


가을이면 단풍이 제 색깔을 내어가며 뽐내듯 찰랑거렸고, 이때 역시 예비학생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선생님들은 '샤' 정문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흐뭇해하였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는 매서운 바람과 날리는 눈발이 관악이 결코 만만치 않은 존재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


그 속에서도 추위를 견디며, 

미래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지는 여러 사람들이

'샤' 정문과 함께 해왔다.


언제나 한결같이 출근하는 모든 차량에 각진 경례를 멋들어지게 붙여주시던 정문 수위 선생님은,

퇴근시간에도 어김없이, 

정문을 나서는 모든 차량에 그 멋진 각진 경례를

다시 한번 붙여 주셨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샤' 정문은 몇 차례 색깔도 바뀌고, 주변도 정리되었다. 개선을 명목으로 하는 변화가 때로는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다.


인력 감축과 배치로,

각진 경례를 하시던 그분의 모습이 사라진 어느 날,

나는 요한 그 무엇을 잃어버린 듯...

참이나 허전다.


그렇게 여러 해를 다시 지나왔다.


오늘 아침 지나는 정문은 더없썰렁하게 보인다. 또다시 공를 하면서 이번엔 '정문 수위실'이 사라졌다. 


목마르고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면, 무뚝뚝하면서도 마음 깊으신 선생님들이 자리 한편을 내주어, 더위를 식히고 물 한잔을 얻을 수 있는 샘물 같은 수위실이었다.


나와 직원들에게는,

억지로 끌려 나 자연보호 캠페인을 할 때마다,

잠시 쉬어가며 선풍기 바람을 쐬고 수다를 떨던 작은 쉼터였다.


민주화 투쟁이 한참이던 시에는

곤봉과 방패를 든 경찰

화염병과 돌로 무장한 학생들이

마주하던 최전선의 요충지로...


마치 지금의 남북 군사분계선에 있는

우리 측 gp와 같이,

학교 밖 상황을 내다보는 우리 학생들의 요새였다.



아쉽다.

이번에는 수위실을 잃어버렸다.


두렵다.

다음엔 또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까.


화는 필요하지만

다른 잃어버림이 생겨날 수 있다.


내 의지와 신념도 중요하지만, 

의사 결정자들이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상 생각하 좋겠다.


이 세상이 '공감'이 더 중요한 세상이면 

참 살맛 나겠다.


그리고, 그곳이 우리 대학이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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