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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Oct 11. 2021

거거 나이 든 사람을 보면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 꼰대 탈출법 하나

거거 나이 든 사람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미쳐 보지 못하고 지나는 사람을 굳이 불러 세워놓고 하는 말이다. 반가운 인사법이라면 좋은 일일 텐데 <버르장머리 없 요즘 것들이라는  마음>으로 하는 얘기라면 이 말은 노인네 심통에 분명하다. 그분들은 아마도 <나이적은 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지... 냉큼 와서 인사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인사에도 윗물 아랫물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나는 그동안 위아래를 가리기보다는 먼저 본 사람이 먼저 하는 인사가 자연스러웠다. 인사는 '안부를 묻거나 공경·친애·우정의 뜻을 표시하는 예의'라 한국 민족문화 대백과 사전에서는 정의하고 있다. 안부, 우정, 친애, 공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 개념이지 상하를 나누는 개념은 아니다.


나라마다 인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은 인사는 반가움의 표시 또는 아쉬움의 표시라는 것이다. 티베트에서는 혀를 내밀기도 하고 이스라엘에서는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며 인사를 한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인사는 코를 서로 부비는 것이다. 이 모든 행동의 내면에는 사람 사이의 정이 들어 있다. 가는 사람 불러 세워서 '거거 나이 든 사람 보면' 이란 인사법은 도대체가 어디의 인사법인가?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한다. 동쪽에 있는 예의가 바른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라는 것은 일방적인 ''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에서 나온 형태일 것이다. 이러한 ''를 차릴 때 우리는 항상 ''보다 앞서서 '장유유서'를 외친다. 어른 ''이 분명할 진데, 나이 많은 분이 어른이라는 얘기다. 정말로 나이 많은 분들이 우리 사회의 어른이신 것일까? 나이 많은 것만으로 정말 어른이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인사를 받는 이유가 될까?


한자로 어른은 어른 '' 자를 쓴다. 우리 사회는 '예' 보다는 '장유유서'앞서는 주장인 것 같다. 예의는 상호 간에 존중을 뜻하지만, 장유유서는 오로지 어른들에게 충성하라는 뜻이 된다. 찬물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다. 정말 그런 것인가? 그래야 하는 것인가? 찬물에도 순서가 있고, 모든 사회 질서가 장유유서 순이한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굳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조직의 장이 되기 위한 승진도, 평가도 필요 없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적 순서가 정해져 있으니, 이리되면 나이 많은 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하는 문제도 이 순서를 따라야 한다면 정말 심각한 일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서로 예를 갖추고 존중하는 하는 사회 문화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존중을 받아야 하고, 청년은 청년으로, 또 어르신은 어르신으로서 존중을 받아야 한다. 나이 많은 것이 어른은 아니지만, 나이 많으신 어른들은 나이 그 자체에 그분 들이 지나온 세월과 삶이 담겨 있기에 인생의 후배는 당연히 선배를 존중하여야 하고, 선배 역시 후배를 예로서 대하여야 한다.


좋은 선배는 하늘의 중심이라는 태양이 아니어도, 아파트 위에 떠있는 달처럼 금방 사그라지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지닌 온 힘을 다해서, 후배들이 살아가는 우리 세상속으로 여전히 맑고 고운 빛을 비추어 준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어이~ 거기~' 이런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어허 젊은 사람이~' 이런 말 역시 나올 이유가 없다. 


앞으론 이렇게 바꾸자. 

나이 많은 사람이 인사 먼저 해야지~~

나이 많은 사람이 먼저 청소해야지~~  

나이 많은 사람이 밥값 먼저 내야지~~


이리하면 세상이 정말 즐거울 것 같다.

이 세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소중할 것 같다.


그래서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마음껏 쌍무지개의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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