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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Nov 13. 2021

이런 무엄함 일이

'샤 '정문 앞, 사라지는 모습들

감히 무엄하게 전철이 우리 대학 안으로 들아와?

지하철 2호선 건설 준비가 한창이던 70년대 말 어느 날 나온 이다. 당시 서울시내를 커다란 원 모양으로 순환하는 '지하철 2호선' 노선을 기획하며, 추진본부에서 우리 대학에 '정문 앞 또는 정문 안쪽을 통과하는 노선'을 제안하였다. 학교 측의 대답은 'NO'였다. 사유는 '면학 분위기에 지을 준다'였다.


그 당시 교수들에게 학생의 통학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대학의 교수뿐 아니라 대의 대학에서 교수는 매일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대학에는 교수 복무규정이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지 않는다. 수업 있는 날이 일주일 중 하루면, 하루만 나오면 되고, 방학처럼 수업이 없다면, 하루도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학생들의 통학 버스 사람으로 미어지든, 가방끈이 끊어지든, 그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전철이 학교 안으로 들어온다면, 학생들은 그야말로 땡큐일 텐데... 교수 붐비는 버스 안에서 허덕이는 학생들의 사정은... 내 알바가 아니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무엄하게도 그 복잡하고 시끄러운 전철, 학교 정문 앞이나, 학교 안쪽으로 들어오는 일' 자체가 커다란 문제였다.


한참이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무엄하게도 학교 정문, 바로 코앞에 전기차 충전소가 생겼다. OO구에서 설치한 것인데.. 정문 코앞 전기차 충전소는 정말 이해가 되는 않는 이었다. 아마도 학교에선 무관심했거나, OO구 정책에 금이나마 협조를 했을 터인데.. 내 생각엔 첫 번째 이유였을 것이다.


전기차라는 것이, 원자력을 포기하고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차량인가?' 하는 논쟁은 하지 않더라도, '대학 정문 전기차 충전소 설치'... 참으로 이상한 이다.


감히, 무엄하게도 정문 앞에... 전기차 충전소가 생겼다.


우리 대학은 진심... 여러 면에서 '지킬 것은 지키지 못하고, 안 지켜도 될 것은 죽자고 지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지금껏 수도 없이 해왔다.


무엇 때문  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주인의식의 결여' 옳지 못한 선택을 함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음이 분명다.


내 것이 아니니 내가 나서서 지킬 이 없고, 내 것이 아니기에... 내가 불편해지면 싫기에...


공공성을 중시하기보다는, 나를 위주로 사적인 관심에 중심을 두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은,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 자부하며, 그 명성을 면면히 이어으니 이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아쉬운 일이다.


우리 대학이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사람을 올바르게 키우는 일에 온 힘을 집중했다면,

지금쯤 면...

우리 동문들과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나라 

'세계 최고의 그 무엇'이 되어 있을 텐데...


역시 최고는 최선을 전제로 하는가 보다.

최근 정문 주변 환경을 개선을 한다 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정문 앞 작은 연못'이 사라졌다...


관악산이 화기가 많은 이라 해서, 우리 조관악산을 마주 보는 경복궁 입구 해태상을 만들어 세워놨고, 틈만 나면 곳곳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커다란 불기운에 대응을 해왔다. 


같은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리 대학 관악캠퍼스에도 아주 오래된 야외수영장 터가 캠퍼스 내 산 중턱에 아직 남아있기도 하고, 지금도 관악 계곡 안쪽에는 커다란 인공호수가 존재한다.


그런데 정말 무엄하게도, 어느 날 정문 코앞에 있던 작은 연못을 누군가가 밀어버렸다.


사라진 것을 되찾아 내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행동하기에 앞서...

내 순간의 판단이, 미래세대에 영향을 주는 것뿐 아니라, 과거 세대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어쩌면 선인들의 '삶의 지혜' 마저도 지워버릴 수 있음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얼음으로 뒤덮인 마른나무가 정말 죽은 나무일까?

그래서 베어버려야 하나?


정말 '! 정문 앞 작은 연못은 필요 없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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