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형 대학병원을 다니다보니 진료는 늘 간단했다. 요즘 기분이 어떤지, 잠은 잘 자는지, 먹는 건 잘 먹는지... 이 정도만 체크할 뿐이었다. 하지만 난 '말'을 하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고통스러운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공감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난 말을 하고 누군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지인이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비용도 합리적이었다. 그렇게 나의 심리상담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마음과 같이 내 속내를 쉽게 털어놓지 못했다. 아무래도 낯선 사람에 대한 꺼려짐이리라. 그래도 무언가 한 가지를 말했을 때 그것에 깊이 공감해주는 걸 느꼈다. 거기에서부터 시작이었던 거 같다. 점점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울기도 엄청 울었던 거 같다. 그러면서 스스로 조금씩 마음이 치유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이야기를 듣고 공감만 해주었다면 심리상담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심리상담사들이 다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담당했던 상담사는 한 가지씩 미션을 주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조여오는 느낌이 든다면 멀리 하늘이나 자연을 응시해 볼 것.
처음에는 이런 미션들을 한다고 좋아지는 것이 있을까 싶었다. 근데 이왕 돈주고 받는 심리상담인데, 얻을 건 다 얻어가자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해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해보라는 미션들을 할 때마다 그 순간의 내 증상들 혹은 감정이 좋아짐을 느꼈다.
정신과 약은 전반적인 나의 증상들을 컨트롤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세하게 왔다갔다하는 나의 감정들까지 컨트롤은 되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심리상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1년 6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여전히 약은 먹고 있지만 그래도 이젠 내 기분, 내 감정이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일상생활을 누리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