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니, 5년이라는 시간 중에 3년 반 동안 거의 매일 글을 쓰며 지냈다. 처음에는 마케터로 일을 하다 보니, 마케팅 관련 글을 많이 썼다. 하지만 첫 책 <아이를 살리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를 쓰면서 내 경험을 글로 녹여내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한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글을 쓰려고 블로그나 브런치를 켜고 빈 공간을 보고 있자면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곤 한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나도 모르겠을 때가 많으니까. 그럼에도 한 줄 한 줄 써나가면서 느끼는 건 내 일상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걸어가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도, 하루하루 발전하는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도, 무심코 한 나의 행동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글감은 찾을 수 있다.
어제 갑자기 아이가 내 앞으로 오더니 검지를 입 앞에 갖다 대고 '쉿'하는 행동을 했다. 며칠 전부터 좋아하는 유튜브 만화 영상이 있었는데, 거기서 '쉿'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던 모양이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우리 아이는 느리게 커가는 아이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영상에서 배워서 엄마에게 자랑을 한다. 마치 '늘 이렇게 느려서 어떡하지? 성장하면서 조금씩은 따라잡아야 할 텐데...'라고 걱정하는 엄마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장애전담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더 성장하는 게 빨라진 느낌이긴 하다. 수용 언어도 좋아지고 말귀도 제법 알아듣는 듯하다. 이렇게 성장해가는 아이를 나는 걱정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은 그 걱정을 내려놓아도 되는데 말이다. 살면서 어떻게 걱정을 한 번도 안 하고 살겠냐마는, 사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 10개 중에 1개 있을까 말까. 걱정해서 해결이 된다면 백 년 만년 걱정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아이에 대한 걱정도 조금씩 내려놓아보련다. 걱정보다 그 자리에 믿음을 채워 넣어주면서.
갑자기 웬 아이 이야기인가 싶었겠지만, 아이의 행동 하나를 글감으로 짧은 글을 하나 써보았다. '쉿'하는 행동을 '걱정을 내려놓자'라는 결론의 흐름으로 글을 썼다. 이렇게 사소한 일상도 충분히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내가 그 일상을 글로 써볼 것인지 아닌지 결정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글은 무조건 길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앞에 내 글이 길었던가? 글쎄, 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은 글일 뿐이다. 길이가 길 건 짧 건 내가 쓰고 싶은 만큼 쓰면 된다. 물론, 책을 쓸 때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책은 형식이 있고, 그 형식에 맞는 글의 양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길고 짧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은 쓰고 싶은데, 늘 뭘로 써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은 우선 나의 일상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그 모든 것이 그대의 글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