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아이가 덜덜덜 몸을 떤다. 난 추운가 싶어 이불을 더 꽁꽁 싸매주고 끌어안아주는데... 이 몸의 온도는 정상이 아닌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바로 이불킥하고 일어나 체온계로 열을 재보니 38.5도. 하...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오는 듯한 이 느낌...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바지를 벗기고 물 수건으로 계속 닦아 주었다.
다행히 열은 떨어졌지만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이비인후과에서 기관절개관 교체하는 날이어서 병원을 꼭 가야만 하는 날이었다. 다행히 병원에 갈 때까지도 열은 오르지 않았고, 기관절개관도 무사히 교체를 했다. 문제는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시작되었다.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 순식간에 39.2도까지 오르고 숨이 가빠지는데, 겁이 나더라는. 해열제를 먹이고 집에 와서 체념을 한 채 입원 짐을 싸기 시작했다. 다음 날이 아들 주치의 교수님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예약은 안 되어 있지만 일단 가서 진료를 보게 해달라고 말해볼 생각이었다. 근데 분명 입원을 하라 그럴 거 같아서 입원 짐까지 가지고 갈 예정이었다.
다행히 밤새 열이 나지는 않았지만 교수님은 아이 숨소리와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입원치료를 권하셨다. 예상했던 일이니, 뭐 그렇구나... 했다. 외래 진료 후, 응급실로 가서 입원 수속을 했고, 각종 검사 후 입원실로 올라갔다. 지적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는 뭔 검사를 하나 하려고 해도 협조가 안 되어 억지로 붙잡고 해야 한다. 아이도 울고불고 진이 빠지고, 나는 나대로 녹다운이 되고... 입원실로 올라가서는 마냥 뻗고만 싶었지만 또 그럴 수 없는 게 입원생활.
5일간 항상제치료와 기침가래치료, 호흡기치료를 병행했다. 다행히 아이는 열이 떨어졌고, 생기도 되찾았다. 그렇게 5일 만에 퇴원을 했다. 역대급 빠른 퇴원이었다. 그동안 아무리 빠르게 퇴원했어도 1주일은 기본이었는데 말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예측 못하는 일 투성이인 거 같다. 더구나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입원을 한 번 하고 나면 그동안의 일상이 전부 깨지기에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듯하다. 어제 퇴원하고 오늘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조울증이 조금은 안정화된 것일까? 항상 입원했다가 퇴원을 하고 나면 무기력함과 우울함에 빠졌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겠지만 조울증 때문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기분도 안정적, 내 일상도 안정적, 글쓰기도 안정적이다. 좋은 신호라 생각하니 괜히 혼자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한번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입원 기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