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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Aug 09. 2024

남 웃기려다  내가 죽을뻔했다

그대가 웃으면 세상이 환하다(종결)

귀인이 내 옆에


작년 겨울, 무심코 지역신문을 펼쳐보다가 바들바들 떨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낯익은 콩나물 국밥집 대표님의 글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유명한 맛집에 대표님으로만 알았는데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거꾸로 생각해서 만약 지금의 내가 콩나국밥집대표라면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하루 종일 길게 늘어선 줄을 관리하느라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이고, 굳이 글로 자신을 보하지 않아도 이미 지역 내에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등의 글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지역의 민심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콩나물 국밥집이다.

대통령이 지역을 찾아와 인사를 나눌 때에도 가장 먼저 소개되는 곳도 이곳이다.

렇게 앞다퉈 몰려오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짧게 말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국밥이나 맛있게 들고 가소".


마치 징징거리며 한마디 얻으러 온 제자들에게 조주 선사가 건네는 말이나 다름없다.

"차나 한 잔 들고 가게."


00 콩나물 국밥.

이름이 국밥집 앞에 먼저 붙는다. 이름 그대로가 브랜드이다.

사십 년, 국밥인생.

그 집이 단순히 콩나물 국밥으로만 유명해져서 몰려오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운과 때를 잘 만나서도 아니다. 

콩나물을 길러내듯 그녀 인생 또한 날마다 길러내었기 때문이다.

단단한 콩알에서 씨눈이 트고 싹이 올라 손님상에 오르기까지 매 열정을 다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

육수가 끓고 있는 바로 옆에서 연필을 아 글을 쓴다.  

오로지 그녀만의 시간이다.

종이에 슥슥 글 푸는 소리가 들린다.

빨간 동이에서는 콩나물이 쑥쑥 자란다.

찜통에서는 뭉글뭉글 육수가 끓는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다. 그녀의 종종걸음으로 일구어낸 그녀의 펜이야말로 최강의 무기이다. 하지만 절대  휘두르지 않는다. 휘둘러 선동하지 않고 앞장서지 않고 잔잔한 글로 누그러뜨린다.

 들이받을 듯 날카로운 뿔을 세우고 성난 들소처럼 날뛰는 성정을 펜하나로 간단히 제압한다. 얌전히 발을 접어 앉아있게 한다. 경청하게 한다. 모두 펜 앞에서 순한 사람이 된다.


귀인에게 배운다

낮에는 칼을 들어 김치를 썰고

밤에는 펜을 들어 글을 쓴다.

칼은 그녀의 밥줄이다.

펜은 그녀의 신념이다.

칼과 펜은 그렇게 쓰는 것이다.


칼과 펜을 모두 가진 그녀!

그녀에게서 배우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녀의 삶을 스승으로 삼지 않는다면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 살아야는가?


그녀는 나의 귀인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그녀의 치열한 삶을 배우려고 시작한 글쓰기가 30회를 마쳤기 때문이다.

귀인을 잘 만나라! 그대의 삶이 바뀔 것이니...


난 아파죽어도 그대는 환하게 웃기를

내가 생각하기에도 재미있었던  핑여사 이야기는 사실, 내가 심한 감기에 걸려서 아파 죽을 지경에 쓰인 글들이다. 내 옆에는 왕년에 서울에서 글을 좀 써본? (힘을 숨긴 자 주인공...) O 과장님이 계시다. 심한 독감으로 끙끙 앓으면서도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지금 글 쓰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이러다 사람 죽겠어요. 석 달 내내 기침 가래가 끓고 있는 걸 보니 요양하러 가셔야겠어요."

계속 그만 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멋진 상남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굵은 목소리로

"괜찮아. 콜록콜록~ 글 쓰다 죽는 것도 멋져 보이잖아. 콜록콜록~."


운전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과 가래에 일상의 대화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병원 문 앞에도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약봉지를 옆에 두고 살았다. 수액을 계속 맞으며 글을 썼다. 이제 막 핑여사 글이 재밌문이다.

 여타의 글쓰기보다 재미난 이야기는 에너지가 몇 배는 더 힘들고 고된 노동이다. 웃음의 동선을 치밀하게 짜야하며 독자가 어느 대목에서 웃을 것인가를 미리 설정해서 지뢰를 곳곳에 묻어두어야 한다.(각자 웃음 코드가 다르므로) 기침을 계속하면서 단어와 문장을 수시로 바꾸며 노트북 앞에 앉아있었다. 내가 웃을 때까지 계속 썼다. 물론 억지로 쥐어짠 웃음도 지만 말이다.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일주일에 네 편씩 글을 썼고, 다른 작가님글도 읽어야 하고 댓글에 답글까지 다느라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었다. (누가 보면 장편 대하소설 20부작을 집필하는 줄로 알았겠다.)


반드시 삼십 분 이상 놀아줘야 는 고양이 신라는 내가 글에만 집중하자 새이불만 골라서 보란 듯 구토를 했다.(한 번 하면 네 번씩 토해냄)

난 기침과 가래로 웩웩거리고, 신라는 안 놀아준다고 삐져서 웩웩거렸다. (지금도 삐져있음)


그럴수록 난 오기로 웃기는 글들을 썼다.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인 이유는 간단했다.

다시는 웃기는 이야기를 쓰지 않기 위해서?이다. 하하. 이를 박박 갈면서 터지는 기침과 가래를 뱉어가면서 글을 썼다.

그래서 일부러 걸쭉한 욕설과 거친 언어로 내 고통을 이겨 먹으려 했던 것 같다.


웃기는 건 '웃기는 이야기를 더 이상 쓰지 않기 위해, 웃기는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썼다는 것이다. 이것이 '치열한 작가정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신 써나 봐라, 써나 봐라, 우담바라.. 하하)


치열하게 살고 있는 콩나물국밥집 귀인 흉내를 내려다 정말 사람 하나 잡을 뻔했다.

그때의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서 꺼떡 하면 기침이 새어 나온다. 귀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언제나 그대가 웃으면 세상이 환하다

핑여사, 순실 언니, 다리밑 삼촌, 엿장수, 말에 물린 여자, 신라, 노빠구, 왕궁뎅, 문댕이, 힘을 숨긴 자... 내 삶에 있어 유쾌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다음 생에 또 만난다면 여전히 그들의 영원한 총무가 되고 싶다. 이들이 있어서 설탕 한 스푼으로 솜사탕을 만들어내듯, 난 웃음의 글들을 뭉게뭉게 피워낼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글 쓰는 걸 모른다. 알면 나를 진짜 고소할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일 수 있냐면서 말이다.)


글을 쓰면서 내가 가장 많이 웃었다.

글 쓰는 내내 미소와 웃음이 내 얼굴에 가득했다. 누가 나보고 웃는 얼굴이 이쁘다고 하던데, 그것도 그냥 이쁜 게 아니라 차암~ 이쁘다고 하던데... 진짜 그런 줄 알고 이뻐 보이려고 거울보고 여드름 짜듯, 노트북을 거울삼아 웃음을 쥐어짰다.


 웃으니까 기침이 터져 나오고, 기침이 나오니까 가래가 끌어 오르고...

웃다가 ~ 기침하다 ~가래 뱉고~

'하하~ 콜록콜록~ 웩웩~

하하~ 콜록콜록~ 웩웩~' (무슨 슬로슬로 퀵퀵 춤도 아니고...)

누가 몰래 나훔쳐보았다면 머리에다 동그라미 열개정도를 그렸을 정도로 괴기한 장면이다. 


내가 그렇게 내 몸을 챙기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글을 쓴 이유는 구독자에 대한 사명감? 도 포함되어 있다.

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미소 짓기를

조금이나마 해맑게 웃어주기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기를

나처럼 웃을 때가 가장 예뻐 보이기를

그대가 웃으면 세상이 좀 환해지지 않을까? 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슬픔 한 줄, 기쁨 한 줄. 괴로움 한 줄, 웃음 한 줄...

이렇게 씨줄 날줄이 교차되어 50여 년의 세월을 무던하게 잘 살아왔다.


어쨌든 시원섭섭이 아니라 아주 시원하게 연재를 끝냈다.

'공부가 최고 쉬었어요. '

아니~ 아니~ '웃기는 게 최고 힘들었어요.'

이제부터는 내가 맘 놓고 웃을 수 있겠다.

푸하하하~~~

함께 웃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웃기는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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