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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Feb 02. 2024

 아뵤~나는야 칼스마 냐옹이

신라의 군밤 까는 이야기(1)

안녕! 내 이름은 신라.  이름이 뭐야?

만나자마자 초면에 왜 반말을 하냐구?

그건 말을 짧게 해야  카리스마 있다고 밥상 머리 에서 배웠어. 누가 그런 버르장머리를 가르쳤냐구? 상님이 누군?(장첸말투) 말만 들어도 오줌을 지린다는 타이거, 라이언, 퓨마, 표범... 이야.


우리 조상님들은 말 마이 안 해. 그냥 어~흥! 한마디 하면 다 알아서 기더라. 우리 조상님들의 탁월한 유전자가 내 가오를 철철 지배하거든. 그래서  집사도 다른 사람들은 다 이겨 먹는데 나한텐 설설 기드라구.  집사가 흉악 무식하게 생겼거든. 한마디로 내 가오에 눌린 거지 뭐.

그건 그렇고 하필이면 내 이름이'신라' 냐구? 호랭이 조상님 담배 피던 시절도 아니고, 전설의 고향 영화 찍는 것도 아니구.  우리 조상님들 한테 고개를 못들겠어. 내 이름을 이렇게 촌스럽게 지은 줄 알았다면 집안 망신 시켰다고 호적에서 파 내버렸을 거야.


 아 글쎄 '신라'가 뭐야, '신라'가..  집사가 산골짜기 절에서 살다 보니 감이 많이 떨어져서 그래.  백두산을 호령하고 킬리만자로를 씹어 먹던 우리 조상님들의 넓은 마음으로 내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


 샤샤, 앙드레, 루비.. 그 이쁜 이름들 놔두고 무슨 삼국시대 이름이냐, 따졌더니, 절이 신라 시대에 지어졌다나 뭐래나. 그래서 귀티 좔좔 흐르는  유전자 무시하고  막 지었다네.  참 나, 우리 조상님들을 보고도 모르나?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시며  톰슨가젤을 잡아 드시던 조상님의 피가 철철 흐르는 나를 보고 이 따우로 이름을 막 지어도 되는거냐구.

아, 그때 내가 잘못했어. 절이 아니라 옆에 있는 교회로 갔어야 했어. 거기 목사님이 착하다 하던데...꼬꼬마 나를 바라보던 집사 얼굴이 불쌍해 보여서  앵겨버린게 오늘 이 꼬라지난거지.

근데 집사가 "신라야, 츄르 먹자." 하면 "야옹~" 아니, "~~~ 흥." 하고 냅다 달려가는 나를 발견하곤 해.


암튼 내 이름 소개는 했으니 앞으로 친허게 잘 지냈으면 해.

 멸치 꽁다리를 주워 먹던 땅그지 시절을 딛고 일어나, 동네 냥아치  열 스물 백 마리와 맞짱 떠서 이 동네 다 접수하고, 코끼리만삽살개 3마리 관절 뽀사버리고 발라 버린 썰 군밤 까먹으면서 나중에 풀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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