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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Feb 10. 2024

섣 달 그믐날에 족발을 시켜놓고

비밀 회식

'오늘 일찍 들어가시나요'? 0 과장의 카톡이 신호탄이 되어 작은 별채 공간이 회식 장소로 탈바꿈 되었다. 특히나 명절에 바쁜 특수 직종에 근무하다 보니 고향에 못 가는 처지이다.  내심 회식이 기다려져서 눈치를 보고 있는데  용케 이심전심으로 0 과장과  마음이 통한 것이다.


시외지역이라 여건상 족발이나 피자는 30여분 거리를 왕복해야만 맛볼 수 있다. 청일점 김 과장이  양손에 가득 족발과 캔맥주 등을 한 아름 사 들고 들어왔다. 걸음걸이가 아주 신나 보인다.

 저녁에 직원들과 함께  만둣국을 먹었지만 네 명만 따로 모여 비밀스레 회식을 하는 것도 스릴 있고 재미있다. 다른 직원들과도 거리를 유지하며 화목하게 지내고 있지만 술은 편한 사람들과 마시고 싶은게다. 마침 설  날 밤이라서 한 잔 마시기 딱 좋은 날이다.


작년 여름 큰 행사 앞두고 치맥 타임을 가진 이후로 모처럼의 회식 자리이다. 본사 건물과는 외 떨어져 있는 별채라서 큰소리로 떠들어도 무방한 공간이라서  족발을 먹으면서 건배를 했다. 편안한 사람들과의 자리여서인지 맥주가 달았다. 우리는 족발을 손으로 뜯으며 틈나는 대로 잔을 부딪쳤다.


요즘 우리들의 관심사는 따로 있다. 모시고 있는 대표님이 더 큰 자리의 영전이 예정되어 있어서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한 편이다. 

 공동의 대표님께서  누구나 선망하는 큰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을 자축하며 각자 올해의 목표나 바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순서를 가졌다.

가장 연장자인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글쓰기에 전념하며 공모전에도 응모하여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고,

청일점 1년 차 김 과장은 대학원 공부를 잘 마치고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고 대표님의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제  입사한 지 한 달 정도 된 신입 사원은 비혼주의자이지만 좋은 남자가 생긴다면 기꺼이 결혼을 하고 그 남자가 윈 하는 대로 맞추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우리 회사의  7년 차 0 과장은 우선 건강을 회복한 후에 지역 소모임과  퇴근 후 소일거리, 취미활동 그리고  반려견을 돌보는 일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네 명 모두 각자의 바람과 포부를 밝혔지만  한결같이 똑같은 주제는 '지금 몸 담고 있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대표님의 제의가 들어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다'였다.


 나와는 열 살 내지 열 다섯 정도 차이 나는 직원들이다. 명절에도 근무하는 현실인데  상사들의 험담이나 불만 대신 월급 주는 회사를 위해 성실하게 근무하는 자세가 참 보기 좋았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같은 직장의 동료로서 기꺼이 대표님을  도와주고픈 마음을 낸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존경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청일점 김 과장의 타고난  말솜씨와 재치,  순발력이 빛을 발한 덕분에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짠! 을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이 없다.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가벼운 농담과 웃음으로 족발을 뜯다 보니 캔맥주가 바닥이 났다.  원래 회식 자리는 술이 떨어지면  끝이 나는 법이다. 내일 설날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오늘 섣달 그믐날에 족발과 캔맥주를 앞에 놓고서 나누었던 소원들과 바람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나보다 젊은 친구들이 소원이 모두 이뤄졌으면 하는 게 내 속마음이다. 올해의 마지막이 되는 24년 음력 섣달그믐날(12월 31일)에도  오늘 멤버 네 명이 건강하게 모두 모여 족발을 시켜놓고 회식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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