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에 입문한 지 이제 두 달 된 새내기이다. 맹렬한 식욕처럼 글욕이 솟구쳐서 2월 한 달 동안 21편을 써 제꼈다.
<글 쓰다 냄비를 태워먹다>라는 주제로 '생각 나는 대로 막 쓸 것인가?/ 정해진 연재 요일에 맞춰서 글을 올릴 것인가? 에 대한 브런치 끝장 토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초맹 작가님의 '때려치울 각오로 막 써 제껴라!'라는 댓글을 확인하고는 매거진을 2개 더 만들어서 맹렬하게 글을 쓰는 중이다.그중에서 <내 눈엔 고양이만 보여요>라는 글이 현재 8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유독 고양이 글만 조회수 폭등)
여하튼 이렇게 막 써 제끼며 나름 글 쓰는 재미를 붙이고 있는 찰나, 두둥!!
<브런치 작가 모두에게 수익의 기회가 열립니다>라는 대자보가 시퍼렇게 브런치 대문을 장식했다.
그간 역량 있는 소수의 작가들에게 주어졌던 응원의 특권이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진 것에 일단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기존 작가들에 비해 인지도 없는 새내기에게는 새로 개정된 법의 수혜자가 된듯해서' 역시 모든 것은 타이밍이야! 하며 과연 나에게도 얼마나 응원을 해줄까'라는 기대심이 생겼다.
이제 삼일 지났는데 댓글이 멈췄다. 그동안 나의 보석 같은 존재 구독자 분들의 댓글 멈춤이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전에는 댓글로 하하 호호 하였다면 이젠 그 옆에 붙어있는 네모난 복전함(불교용어) 같은 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댓글 달려다 그냥 돌아서는 게 눈에 보였다.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돈의 크고 작음을 떠나 예전처럼 댓글만 달고 가자니
'어이~그냥 가면 어떡해? 글을 읽었으면 한 푼이라도 내놓고 가셔야지? 이 세상 공짜가 어딨어?' 작가가 새초롬하게 째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 것이다. 댓글을 달수도, 응원금을 내자니, 얼마를 내야할지 몰라 서로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시장에서 좌판을 열고 고등어 장사를 하더라도
"요 놈 얼마에유? 조 놈은유?"
이렇게 물어보는 열 사람이 있어야 그 중에 한 두어 사람이
"요놈하고 조놈으로 담아주세유."
하면서 지갑을 열기 마련이다. 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장 날처럼 시장이 와글와글 해야 장사가 잘 되는 법이다.
그럼 작가의 입장에서는 어떠한가?
솔까, 그냥 '잘 읽었어요. 글 잘 쓰시네요' 하는 말보다..' 이거 너무 작은 거라 손이 부끄럽네요. 넣어 두세요~.' 하는 사람에게 넙죽 절이라도 올리고 싶을 정도로 감동 백배가 된다.
어릴 때 명절날이면 친척들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곤 했다. 롯데나 해태, 오리온, 크라운, 과자 선물세트는 어린 나를 황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친구들에게 깨자랑을 하는 좋은 기회였다. 친구들에게 먼저 자랑하고 싶어서 선물상자를 통째로 들고나가
"나 봐봐라~ 인천 이모가 해태선물 가져오고, 고모부가 요것도 가져왔지롱. 난 장난감까지 6개 받았는데 니는 몇 개 받았어?"
친구집이든, 병문안이든, 어디를 방문할 때에는 조그만 음료수라도 한 박스 가져가는 게 우리네 미덕이다. 백날 천날 사랑한다, 좋아한다, 쫑알대는 말보다는 '오다 주웠다. 열어봐라.' 보석 총총 박힌 반지 한방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사람의 싸랑을 얻는 법이다.
모든 브런치 작가는 보석 총총 박힌 싸랑 을 받을만 하다. 작가는 구독자의 '싸랑 '으로 힘을 내기 마련인데, 단지, '내 글을 읽으시려거든 천원이라도 고이 접어 복전함에 넣어두세요'하는것 처럼 보여서 얼굴이 붉어진다.
그럼 또, 작가와 작가 사이는 어떠한가?
"글 잘 읽었어요. 여기 수줍은 삼천 원.. 가열차게 응원합니다!"
"뭘 이런 걸 다~ 안 주셔도 괜찮은데.. 그럼 저도 삼천 원.. 흐흐~"
'주고받는 현찰 속에 싹트는 창작 의욕!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겉으로는 화기애애하고 훈훈해 보이지만 서로 남는 게 없는 제로 게임이다.
중간에서 수수료 3
40%를 제하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왕서방만 돈방석에 앉게 된다.(미리 카카오 주식이라도 사놓아야 하나?) 그리고 응원댓글도 쏠림 현상이 뚜렷해서 상대적으로 응원 댓글이 한 명도 붙지 않거나 적은 작가는 자본주의의 서글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거꾸로 작가의 창작 의욕을 상실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와 독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모든 법이 만인하게 평등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응원 댓글이 누군가에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사내 야유회 장기자랑에서 상품이 걸려있으면 더 열심히 춤도 추면서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작가와 구독자가 서로 무안하지 않도록, 제로게임이 되지 않도록 비공개(별도표시,응원댓글, 금액)로 작가만 볼수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여 참여와 응원을 고취시키는 의도는 아주 칭찬할만하다. 계속 이렇게 새로운 정책을 연구하여 각각의 여론을 모니터링하시라는 의도이다.
이제 겨우 삼일이 지났는데 왠지 작가와 구독자, 작가와 작가, 사이가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 같아서 변변찮은 글을 또 막 써 제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