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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Jun 07. 2024

순실 언니

과태료는 바로바로

"순실이 언니~ 엿 좀 드셔봐요?"

" 저는 순대 들어 있어서 안 먹을게요."
"???"


그랬다. 하도 세상이 수상한 시절이라 각오는 했지만 이때부터 조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아주 쐐~ 하게 뒤통수에 꽂혔다.
몇 년 전 우리로 하여금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게 한, 헌정 최초 대통령을 탄핵시킨 그 유명한 이름 '순실' 언니가 경주 남산 여행에 합류했다.

 장로님 부부와 순실언니를 포함, 6명이 한 차량에 탑승했다. 차 안이 무료해지자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나, 얼마 전에 자동차 가압류 고지서 받아봤슈.
작년 7월에 신호위반 딱지(사만 원)를 안 내고 버티면서 배 째라 했더니 진짜 배를 째려고(72,940원) 했다니께유. 식겁해서 얼릉냈어유. 코란도 탈 때에는
새벽기도 한답시고 매일매일 딱지를 끊겨서 칠십만 원까지 내봤네유. 어흑, 억울혀유. 이참에 머리띠 두르고 민주투사라도 될랑가봐유."

그러자 뒤에서 듣고 있던 순실언니가 피식 웃으며


"쳇, 그런 거 말뿐이야. 쫄지마!"


이럼시롱 양팔을 뒤로 크게 젖힌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거만스레 이야기를 풀었다.



 내가 말이지, 서울서 살다가 진안으로 귀촌한 지 십 년이 되었걸랑. 귀촌 재미가 붙어서 한적한 내리막길을 부아앙~하고 막 달렸지. 재미가 오지대. 한 두장 고지서가 날아오대. 내버려두었지. 엊그제 다 냈는데 또 보내네. 어라, 니들 일 제대로 안혀나? 하면서 저것들 언제 족칠까?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순찰차가 내 집으로  찾아오대. 잃어버린 내 돈을 주웠나 싶어 오마나~ 하면서 반가이 문을 열어줬지. 짭새 두 명이 서 있대.


"순실 씨 되십니까? 잠깐 서에 가서 해결할 일이 있습니다."


"??"


 혹시 최순실이 탈옥해서 날 잡으러 왔나 싶었지.
짭새 옆구리를 보니 권총도 있고 수갑도 덜그럭 거리대. 막상 순찰차를 보니 저절로 쫄리면서 순해지더구먼.
'난 최순실 아니고 0순실이니까 별일 없겠지.'
 하면서 차에 탔지. 수갑도 채우고 순찰차 뒤에다 처박혀갔냐고? 워~워~말 끊지 말고 계속 들어.

그래도 내 이름이 순실이 아닌감?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내 차를 끌고서 뒤따라갔지. 혹시 재수 더럽게 없으면 빵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 싶어 솜바지 두툼하게 챙겨 입었지. 가스렌지에  끓이던 꽁치찌개도 꺼버리고 전원 스위치도 다 내리고 갔다네. 씨부럴~순실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빵에나 끌려갈 팔자 인가 싶대.

군산 앞바다에서 맨손으로 상어를 잡아 올릴 것 같은 내 인상을  보고서도 꼴에, 여자라고 여성 짭새에게 안내하대. 내가 술김에 혹시나 누구 미투 성추행을 했나 싶어 아차 싶대. 하도 수상한 시절이라 찔끔했지.


"선생님께서 그동안 과태료 고지서를 상습 미납하셔서 경찰서로 모셨습니다! 오늘 오신 김에 꼭 해결해 주셔야겠습니다!"


씨부럴 ~말은 똑바로 하자! 내가 내 발로 왔냐? 니들이 선량한 군민을 끌고 왔지!

 그래도 강력사건이나 사기, 뭐~ 최순실처럼 나라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온 김에 이까짓 것 내고 말지 했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서 소리를 높였지. 


"도대체 얼마야? 얼마인데 이까짓 걸로 나를 연행해? 얼마야? 얼마면 돼?"


 따지듯 물었지.
그러자 여 짭새가 컴을 두들기며 한참을 뭉기적 거리대.


"아,  됐고, 나 바쁜 몸이야! 얼른 밭에 가서 거름도 내야 하고 메주도 씻어야 돼! 아, 글쎄, 얼마냐고?"


 바락 언성을 높였지.
그러자 여 짭새가


"예~선생님. 작년부터 지금까지 총 미납된 과태료가 이자포함 2,400,000원입니다. 여기 화면 보이시죠?
현금 없으면 카드 됩니다. 일시불 결제 할까요?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


"하아~~~ 저기 쫌만 깎아주면 안 될까 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갑자기 나도 모르게 촌말이 튀어나오대.


"저기 존경하는 여순경님! 공무에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저기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 예."


아까막시 얼마면 되겠니? 하던 의기양양함은 빵 살이 하는 순실이에게 줘 버리고 진안 진짜 순실이가 순한 목소리로 애원했지.


"그 내리막길에서 계속 위반하셨네요. 앞으로 조심하시고 얼른 내고 가십시오. 곧 은행 시간 마감입니다."


하~~ 얄짤없대. 시골 인심이 이래도 되는감?
3개월 할부로 카드를 내미는데 손이 달달 떨리대.
웃긴 게 뭔지 아남? 그렇게 그 자리에서 딱지를 끊기고도 정신을 차렸단 말이지. 매번 그 자리에서 계속 속도위반을 한단 말이지. 이러다 우체부랑 정붙게 생겼단말이지.이런 씨부럴꺼~.

젊잖기로 유명한 최장로 부부랑 서로 교통 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박장대소를 했다.

역시 우리 순실이 언니! 장하다! 멋지다! 추켜세우며 순해, 순미, 순자, 순정이로 예명을 지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꽃보다 F4순이>를 결성했다.

고지서가 밀리면 가압류보다 먼저 경찰에 연행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숙소에 도착할 즈음 순실이 언니가 한마디 했다.



"불국사에  현미 꼭 닮은 부처님이 계시다는데 가볼까요?"


 F4순이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진짜요?"

내가 다시  순실언니에게 말했다.


"순대엿 맛있네요. 한번 잡솨보세요."


"아니, 저 순대 싫어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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