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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Mar 15. 2024

햄스터와 햄볶아요

  헤헤, 그냥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 이구만유. 밥 있으면 밥 먹고~ 죽 있으면 죽 먹으면서~ 살아가는 그러저러한 사람이여유.

 얼마 전 부터는 등도 시리고 옆구리도 시려 오더만유. 집구석에 들어가봤자 딱히 이 잡아 주고 때 밀어 주는 사람도 없이, 아니 있긴 하지만  나 혼자 때 밀은지는 오래네유. 이케 늙어 가는 게 좀 거시기해서 햄스터 두 마리를 키우기로 했구만유.


 왜, 하필 햄스터냐고 물으신다면 헤헤, 제가 귀염한 걸 무지 좋아 하거든유. 그래서 골든머시라 하는 종류로 암 수 두 마리를  입양했구만유. 술 친구 아들네미의 손자가 키우던 햄스터인데  뜬금없이 나한테 선물이라고 앵겨주더라구유. 선물인디 안받을수도 없고, 고맙다 했지유.

요즘 선물은 이렇게 깜짝발랄, 기똥찬걸 주는게 유행이라고 하대유. 별수있나유?유행은 따라가야쥬.


목욕 시킬 필요도 없고 똥 오줌 닦아줄 일도 없을 뿐더러 가두고 키우니께 털 날릴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뭐 대충 키우면 되겄지, 하면서 받았지유.

 

 햐, 그런데 고것도 참, 별 나 대유. 그 조그만 솔방울 만 한 것이 밥 주는 주인이라고 알아보고는 깡총깡총 뛰기도 하고 손등으로 올라 오기도하며 재롱을 부리대유. 유식한 말로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이라고나 할까, 니 맘 내 알고 내 맘 니 알고 흐~. 고것들 데리고 노는 재미가 쏠쏠 하더라구유. 저절로 고것들 볼라고 일찍 집 구석에 들어오게 되더라구유.


 마누라 복 없는 놈, 자식복도 없다드니, 한 집에 살면서도 오면 오는 갑다, 가면 가는 갑다, 소 닭 보듯 하는 깍둑한 여편네하고는 확실히 다르더만유.  

 아니, 저까짓 한낱 동물들도 그렇게 알랑알랑 재롱을 피우고 곰살맞게 구는데 깍둑한 저 여편네도 햄스터처럼 재롱을 피우면 정도 붙고 좋으련만 꼬랑지가 안 달려서 그런가?  돈 줄때나, 아쉬운 소리 할 때만 입 꼬리가 올라갈 뿐이니 뻣뻣허니 영 밥 맛 이더라구유. 흥!햄스터를 키워본께 확실히 비교가 되더만유.


 그렇게 재미지게 햄 볶으면서 놀다보니

 햐, 어미가 새끼를 네 마리를 낳았더라구유. 어찌나 신기하고 놀랍던지 뭔 일이 잘 풀릴려나 내심 기대가 커지대유. 깍둑한 여편네는 잔치 집에 소금을 뿌리려는 심사인지 자칫 잘못하면 수컷이 새끼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고 소름끼치는 말을 하길래 수컷은 얼른 다른 곳으로 분리시켜 놓았어유.


 어미가 신통방통하게 새끼를 네 마리나 난 것이 감격스러워서 기념으로다  양배추 한통을 오천 원씩이나 주고 사왔구만유. 햄스터들이 양배추를 무지 좋아 하거든유.

 호, 솔방울만한 것도 어미는 어미대유. 사람과 똑같이 아니 어쩌면 사람보다 더 지극한 정성으로 새끼들 젖을 먹이고 품속에 안아서 키우느라 고생을 하대유.

 밖으로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먹이도 먹지 못해서 홀쭉하니 여윈것을 보니 마음이 짠해지대유. 울 엄니도 우리들을 저렇게 키웠을 것을 생각하니 절로 먹먹해 지더라구유. 누가 지 새끼 건드릴까봐 눈에다 불을 켜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대유. 그래서 저도 tv 볼륨도 줄이고 전등불도 끄고서 살살 걸어 댕겼구만유.


 어미는 새끼를 보호하고 경계하며 한시도 쉴 틈 없이 일하는데 수컷은 뭐하고 자빠졌나 한번 들여다 보았어유. 무자식 상팔자라 자유로운 영혼으로 코딱지나 파면서 럴럴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 헉, 그게 아니더만유.

수컷 저 혼자만 놔두니께 외로움에 시달리면서 지롤발광을 하대유. 급 소심하게 잠만 자고 있다가도 밤만 되면 창살을 이빨로 득득득 갉아대며 어찌나 난폭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는지 자칫 문을 열어두면 나 까지 잡아먹을 것 같아서 소름이 끼치대유. 옆에 가는 것도 겁이 나서 먹이를 줄때에는 번개처럼 문을 닫았구만유.


베개를 옆에 가져다 놓고 누워서 도토리만한 새끼들을 구경하고 있었어유. 햐, 천사가 따로 없대유. 그 고물고물 한 것이 어미 젖꼭지를 찾아 댕기며 앙앙 거리는 걸 보니 꼭 내 자식처럼 사랑스럽기만 하대유. 자고나면 등짝의 줄무늬가 점점 선명 해 지는 것을 보니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더만유. 며칠 지나니께 어미 품에서 벗어나 뽁뽁 기어 다니면서 코를 킁킁거리는가 하면 두리번 두리번 신기한 듯 세상 구경을 하대유. 곰실곰실 세상 모르고 사는 니들이 천사들이구나 하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 보았지유.

 근디, 또 그게 아니데유.


 허 참, 도토리만한 것들도 동물은 동물이라고 젤 먼저 나온 놈이 힘도 세고 우두머리가 되대유. 가장 늦게 나온 무녀리는 비실비실 젖도 못 얻어먹고 제대로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더라구유. 가만 보니께 지들끼리 먹이를 가지고 서로 으르렁거리고 서열 다툼을 벌이느라 먹이통이 뒤집어 지고 엎어지고 그런 난리가 없더라구유. 결국 무녀리는 한 열흘 더 살다가 힘없이 죽어 버리대유. 도토리 만해도  손발톱이 다 달린 새끼가 죽어 버리니 맘이 슬퍼지면서 또 거시기 하대유. 한지에 잘 싸가지고 가서 극락왕생을 발원하면서  고이 묻어 주었구만유.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화롭고 귀엽고 화기애애 해보이지만 암컷은 새끼를 낳고 키우느라 털이 빠지며 폭삭 늙어버리고, 수컷은 외롭고 고독해서 지롤 발광을 하고 새끼들은 새끼들대로 점차로 먹이와 서열, 암컷 쟁탈전을 벌이느라 물어 뜯고 피를 튀기며 싸우기만 하대유.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감유?


후유~ 고것들하고 골방으로 쫓겨 난지가 오래 되었구만유.

 

 깍둑한 여편네는

 "내, 그럴 줄 알았데이, 히, 햐, 호, 할 때부터 알아봤데이. 고것들 섬기듯이 날 좀 섬겼더라면 내 지금쯤 니를 업고 살 낀데, 꼴 좋데이. 그려, 유식한 것들끼리 교감 실컷 하고 살거래이."

하고 째려보대유.


그때서야 아차, 싶더만유.

‘아고, 내가 미친놈이지. 어쩌자고 저것들을 받아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고.’ 하면서 쪼매 후회했지라. 이제는 그것들 먹이 사 나르랴, 청소하랴, 집에 가도 쉴 틈이 없다니께유. 후유~ 오늘은 케이지 대청소 하는 날이라 이만 들어가 봐야겠어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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