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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Mar 22. 2024

시끌 오싹한 고사리 체험   

       

갑자기 오월 가뭄에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집니다. 태풍에 기온까지 뚝 떨어져 갑자기 겨울이 온 듯합니다. 비는 그치지 않고 죽죽 내립니다. 예정되어 있던 일요일, 고사리 체험이지만 장수 골짜기에서 얼어 죽게 생겼습니다. 총무는 속으로 징징 외칩니다.


 ‘그려~ 이왕 올꺼면 쫙쫙 퍼부서라. 계속 퍼부서~ 그래야 고사리 뜯으러 가덜 못하지.’ 총무의 바램대로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계속 퍼 붓습니다. 이때다 싶어 회장에게 전화를 합니다.

“아휴~저렇게 비가 쫙쫙 쏟아지는데 가려구유? 고사리 뜯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바로 뇌진탕, 119 각인데 어쩔랑가 모르겄어유.”

 “마! 못가는 사람은 냅 두고 총무랑 둘이서라도 가야죠! 인생은 노 빠꾸! 몰라요!”

'깨갱~~~깽깽.'

처음 12명 손 든 사람 들 중 5명 참가해서 출발 합니다. 가는 도중,

 “오매, 나는 비얌이 최고 무서분데, 비오는 날에도 기어 나오남?”

총무가 대답합니다.

 “아휴~~언니도 참. 고것들도 비오는 날에는 비 안 맞을려고 바위 밑에 숨어 있겄쥬.”

“오! 그려? 그럼 괜찮지. 난 비얌 때문에 올까말까 망설였당께.”


각자 고사리 끊을 채비로 준비한 시장 가방이 어마무시 합니다. 누구는 코끼리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고도 남을 대형 쇼핑백을 가져 왔습니다. 총무도 만만치 않아서 허리에다가 보자기를 질끈 둘러 맵니다. 그래야 끊는 족족 바로 담을수 있기 때문이지요. tv에서 지리산 할매들이 이렇게 보자기를 두르고 고사리 끊으러 가는 장면을 눈여겨본 까닭입니다. 총무는 전쟁터에 선 비장한 각오로 전열을 가다듬으며 속으로 외칩니다.


 ‘그려~느그들 오늘 임자 제대로 만났다! 일 년을 기다린 한을 원 없이 풀어주마! 우리가 모조리 다 뜯어서 이 야산을 초토화 시켜줄게. 쪼매만 기둘려! 음하하하~~~.’

 준비 땡!


모두다 옆구리에 시장 가방을 두르고 고사리 밭을 향해 용맹 돌격합니다.      

 뒤늦게 합류하기로 되어있는 회원에게 문자를 짧게 날립니다.


 ‘오지 마삼. 고사리 개뿔도 없음.’


그렇습니다. 뭐, 사는 게 다 그렇지요. 우리 맘대로 다 된다면 그게 어디 세상입니까? 저 세상이지요. 회장의 노빠꾸 정신에 부응하기 위해 비를 흠씬 맞으며 온 야산을 뒤졌지만 고사리는 꽉 죄었던 애기 손을 활짝 펴서 하늘을 향해 활짝 뻗어 있습니다. 이미 다 쇠아 버리고 말았네요. 고사리 뜯으려다가 머리카락이며 얼굴이 가시덤불에 다 쥐어뜯기고 말았습니다.


속없는 총무는 강릉 언니네 한테  장수 고랭지 고사리를 보낼테니, 절대 사지 말라고 깨 자랑을 했건만 어매~ 입이 깨방정입니다. 숙자씨는 햇고사리 굴비조림으로 남편을 살살 녹여서 여자들끼리만 떠나는 해외여행 여비를 타 낼까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짓가랑이를 철철 젖어가며 샅샅이 야산을 훑어보았지만 고사리는 한 주먹도 채 뜯지 못했습니다. 뭐 그래도 한번 장검을 빼들었으면 호박이라도 잘라야 하겠지요. 뒤풀이로 먹거리들 준비하느라 지출이 많아서 이대로 빈 손으로 돌아가기에는 손해가 막심합니다. '봄에는 쑥이 보약! 술과 가방은 채워야 맛!' 이러면서 얼릉 쑥 개떡이나 해먹자며 천지삐까리 쑥을 뜯어다 빈 가방들을 채웠습니다.  


농촌 체험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었지만 실상 농촌 체험은 빈 말이고, 일하는 시늉 만 한소끔 하다가 막걸리 판으로 넘어 가는 게 수순이었습니다.

 오늘도 고사리 대신 쑥으로 마무리하고 장수의 명물, 뜬봉샘 막걸리의 뚜껑을 열며

 ‘받으시오~’ 하려는 찰나, 누군가 단말마를 외칩니다.

 “어매, 내 핸드폰!”

점심을 끝으로 장수 고사리 체험이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핸드폰을 야산에서 분실하는 대형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그려.


고사리 끊느라 두 시간 여를 헤집어 놓은 야산을 다시 올라가 헤맬 생각을 하니 맥이 풀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핸드폰을 찾을 때 까지 막걸리가 목에 넘어갈리 만무하지요.

“핸폰아, 어딨니?”

“저 여기 있어요. 왈왈”

이런 때는 핸드폰이 강아지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핸드폰 간수를 못한 도반을 눈치 채지 못하게 째려보면서 다시 산을 올라갑니다. 종아리 사이로

 '스윽~ 쉬~이~익~'

아주 기분 나쁜, 미끄러운 그 무언가 가 살짝 스치듯 지나갑니다. 총무는 고사리고 나발이고 덜덜기어 나가 아무도 안 보이는 참나무 기둥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다른 도반들은 열심히 풀 숲을 헤적거리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찾을 때까지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점심도 먹지 못하고 하산도 못할 참인데 우리가 또 누굽니까? 눈 속에서 흰머리 찾기보다 더 힘들다는 야산에서 핸드폰 찾기! 그 어려운 것을 노빠꾸 회장님이 해냅니다. 별명이 왜 노빠꾸인지 알 만 합니다.

 “핸드폰 찾았다!”

 노빠구 회장의 단말마 소리가

 “살았다! 이제 막걸리 마시자!”

소리처럼 들렸던 것은 비단 총무 혼자만의 생각은 절대 아닐 겁니다. 암요. 암튼 지간에 온 야산을 뒤져 핸드폰을 찿고, 다시 미뤘던 뜬봉샘 막걸리를 따며

“받으시오~”

“백!(살까지)두!(발로) 산!(에가자)화이팅!”

을 힘차게 외쳤습니다.  

 오늘의 교훈! 야산에서 핸드폰 분실은 비얌보다 더 무섭다! 자나깨나 핸드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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