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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Mar 26. 2024

벚꽃 雪花 휘 날리며


 눈송이가 휘날리는지,
벚꽃이 휘날리는지, 
벚꽃이 눈꽃 되어 날리우고 있습니다.
세상천지가 온통 봄꽃으로 벙글어가는
이 계절엔 삶의 욕구가 강렬해지는 것 같습니다.
 만일 일제 강점기 시절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게 된다면 저는 살고 싶어서ᆢ
봄꽃 세상을 하루라도 더 보고 싶어서ᆢ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전에  함께 한  동지들을 불어 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어머님이 떠나시던 날도 오늘처럼 세상이 봄꽃으로 환한  날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고, 하는 서러운 생각이 들다가 가시는 길이 황량한 초겨울보다는 그래도 꽃들의 배웅을 받으며 꽃상여 타고 떠나는 길이 덜 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곤 했습니다.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북망산천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이나 일러주소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산벚꽃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산길을 따라 요령을 흔들며 구슬프고 애절하게 부르던 상여 소리꾼의 선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뒤를 따르던 가족들의 흐느끼는 울음이 이어지던 굽이굽이에 산벚꽃도 꽃잎을 날리어 조용히 애도해 주었습니다.

저승길 떠나는 망자를 위해 나지막이  부르는 이승의 상여소리와 함께 꽃상여 위로 흩 뿌려지는 벚꽃잎들. 이렇게  벚꽃 휘 날리면 어머님의 꽃상여가 떠올라 제눈에 눈물이 수채화처럼 번지곤 합니다.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안 예쁜 것 없이 모두 다 예쁜 봄꽃 세상.
꽃들도 저리 예쁜데
사람꽃은 얼마나 더 예쁠까요?

그저 이 봄꽃을 생생히 담을 수 있는 건강이 있고,

 가족들과 주변이 무탈하고
 별일 없는 것 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봄꽃 앞에서 삶의 자세를  더더욱 경건히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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