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천이야기 5 - 철없는 대학생 부부
집을 다 태울 요량이요?
나무에 석유를 뿌리면 어떻게 해?
화가 난 주인집 아주머니가 새신랑 대학생에게 마구 화를 냈다.
우리 방 근처에 있는 큰 나무에서 송충이가 마구 떨어져 우리 집 전체가 벌레투성이었다. 송충이가 머리에도 떨어지고, 등에도, 발밑에도 무수히 떨어졌고 엉성한 부엌문틈으로도 들어와 집안에서도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나는 그때마다 비명을 질렀고 남편은 화가 나서 어쩌질 못하며 이 집구석 어쩌고 화를 냈다.
그렇게 화가 난 남편이 드디어 분무기에 석유를 넣어 송충이를 잡겠다고 나무를 향해 뿌려댔는데, 아뿔싸 주인집 아주머니한테 들킨 것이다.
석유냄새가 진동하니 누군들 놀라지 앓겠는가?
나 역시 황당했다. 휘발유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화재가 날 수 있음을 어찌 생각하지 못한단 말인가!
주인집 아주머니의 노함도 당연지사, 그러나 남편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럼 이 송충이 속에서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오히려 항의했다.
사과한 사람은 마침 우리 집을 방문한 남편의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남편대신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했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우리의 신혼집은 흑석동 꼭대기 108 계단을 네 발로 기듯 올라가야 도착하는 빈민가, 주택의 사랑방 두 칸이었다.
여기도 내가 어릴 적 살던 '그지집'처럼 방 두 칸에 함석지붕으로 부엌을 내고 흑벽돌에 연탄아궁이가 있는 집이다.
수도는 주인집 마당에 하나 있고, 화장실은 대문 옆 길가에 조그맣게 푸세식으로 풍덩하는 그런 곳이다.
이건 주인집과 같이 사용해야 한다.
거기는 신혼집으로 얻은 곳이 아니다.
교대 3학년 때 남동생이 재수를 하겠다고 제천에서 서울로 왔다. 서초동 빌라 방 한 칸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남동생을 위해 방 두 칸을 얻어야 했다. 그래서 서초동 전세 300 만원으로 흑석동 산꼭대기에 방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 바로 앞에 2층 방 한 칸을 얻어 우리 집에 온 그 친구와 자취를 하다가 결혼하면서 내 집으로 온 것이고, 거기가 그렇게 신혼집, 아니 신혼방이 되었다.
♡ 나무가 있는 호수 사진은 흐린 날 다산공원모습이다.
♡♡ 아래 사진은 AI로 작업해 본 것인데 내가 원하는 이미지는 아니다. 솜씨가 서툴다.
사진이나 그림, 이미지 모두 나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