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죽음은 나비에겐 시작일 뿐이다.

할머니의 죽음,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에세이

by 하은

현진건의 '할머니의 죽음'과 공지영의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모두 할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할머니의 임종을 준비하는 가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두 할머니 다 죽지 않는다는 것이 같다. 그로 인해 가족들은 점점 할머니가 빨리 죽기를 바란다.
그러나 할머니가 죽기를 바라는 그 이유는 다르다. '할머니의 죽음'에서는 가족들이 각자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에서는 돈이 많은 할머니가 남길 유산을 위해 할머니가 하루빨리 죽기를 바란다.
다른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 두 소설에서 '할머니'가 나타내는 상징이 다르다. 현진건의 '할머니의 죽음'은 봄을 맞아 꽃구경을 간 나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 한 장과 함께 막을 내린다. 이로써 현진건의 할머니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교체되는 기성세대를 나타낸다. 반면에 공지영의 할머니는 다른 생명을 흡수하며 생을 유지한다. 죽다가 살아난 할머니가 일어나자마자 갈비를 내오라며 먹을 것을 찾는 장면은 무섭고 심지어는 기괴했다. 이로 인해 나는 공지영의 할머니는 사회적 약자들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자본가 계층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진건의 할머니를 보며 약간의 회의감이 들었다. 한때는 사회를 이끌어 갔던 세대인데, 시간이 지나 모두가 일상생활로 돌아가자 쓸쓸히 죽음을 맞다니. 삶의 부질없음 따위를 느꼈지만 한 편으로는 이와 같은 기성세대의 죽음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나'가 봄을 맞아 꽃구경을 갔듯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제이 개츠와 쥘리앵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