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의미] 02. 뇌과학이 말하는 노동의 본질

헬렌 S. 정(2012), 『나는 왜 일하는가』, 인라잇먼트

by Orim

일의 의미를 찾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출간된 지 약 1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책장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제목만으로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왜 일하는가"

돈 벌어서 먹고살려고 하는 게 가장 기본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뿐일까.


헬렌 정의 『나는 왜 일하는가』는 진부하지만 본질적인 이 질문을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에서 우리가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생계유지를 넘어 '자아의 발견'과 '의식의 관리'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왜 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핵심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일의 의미를 영원히 찾을 수 없으며, 직업적 성공과 만족을 얻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았다'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즉, 일은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내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와 같은 의미라고 설명한다. 뇌과학적 측면에서 우리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는데, 일은 이러한 인지 과정을 통해 나만의 우주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즉, 일은 바로 그 인지의 과정, 내가 나를 알아가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의 뇌에는 진화 과정에서 물려받은 자동 반응 시스템(변연계)이 있다. 위험을 감지하면 도망가고, 집단에서 배제되면 고통을 느끼고, 통제권을 잃으면 극도의 불안을 경험한다. 우리는 이 프로그래밍된 반응 안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일이란 이 자동 반응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자신을 운영하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랫동안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교육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분명히 떠나야 할 것 같은 환경인데 버티는 사람들, 부당한 대우인 줄 알면서도 아무 말 못 하는 사람들, 뇌과학의 언어를 빌리면, 그들이 의지가 없거나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랫동안 학습된 무의식의 반응 패턴이 그들을 붙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은 통제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간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극심한 고통을 경험한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일에서 만족을 찾는 순간은, 어떤 결과가 내 선택에 달려 있다고 느껴질 때다. 월급의 액수보다, 이 일이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감각이 사람을 버티게 한다. 일에 지쳐있다면, 어쩌면 그 피로는 일의 양이 아니라 통제감의 상실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 더 많이 일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 일의 주체라는 감각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가능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한 자신의 선택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일이라는 틀 안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나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환경에 놓일 때, 뇌는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하며 예상치 못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심리학과 뇌과학이 말하는 일의 근본적인 이유는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내 안의 다양한 자아를 경영하며, 주관적 세계 속에서 행복과 통제감을 구현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 및 뇌과학적 관점이라고 하지만 일하는 사람을 고도로 자율적인 개인으로 전제하는 경향이 있다. 통제감을 잃은 이유가 개인의 심리가 아니라 구조에 있을 때, 뇌과학의 언어는 때로 너무 내면으로만 향한다. 자의식인지 무의식인지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강압적이고 압박적인 노동환경일 때, 자기 자신을 알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자아를 발견하라"는 말은 공허하고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당신은 지금 왜 일하고 있는가. 생계 때문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 안에 다른 무언가가 있지는 않은지.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내가 쓸모 있다는 감각, 혹은 단순히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노동과 일에 대한 교육이 하려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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