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La Rouille)

모파상 중단편전집 02 - 피피 아가씨 03

by 이닮

그는 평생 사냥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 외에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미친 듯이 사냥을 했다. 여름처럼 겨울에도 가을처럼 봄에도, 규정이 평지와 숲을 금지할 때면 늪에서, 총을 쏘고 포인터로 몰고 후각 하운드로 쫓고 매복하고, 거울로 흰족제비로 사냥을 했다. 그는 꿈꾸던 사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며 “사냥을 좋아하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하고 끝도 없이 대뇌이었다.

그는 이제 쉰 고개를 넘어 조금 뚱뚱하고 머리가 벗겨졌지만, 자기관리를 잘해 아직 파릇파릇 활력이 넘쳤다. 그리고 뿔피리를 더 쉽게 불 수 있게 그는 콧수염의 아랫부분을 모두 밀어 입술이 드러나도록 유지하고 입 주위가 자유롭도록 간수했다.

그곳에서 그는 무슈 엑토르(M. Hector)라는 애칭으로밖에 불리지 않았지만, 엑토르 군트람 드 쿠터리에 남작(baron Hector Gontran de Coutelier)이라는 버젓한 이름이 있었다.

그는 숲 한가운데 있는, 상속받은 작은 저택에 살고 있었다. 그 지방의 귀족은 모두 알았고 사냥 모임에서 남성 대표를 모두 만났지만, 그는 수 세기 동안 인연을 맺어온 집안이자 다정한 이웃이기도 한 쿠르빌(Courville) 단 한 가족과만 꾸준히 어울렸다.

이 집 사람들은 그를 아끼고 좋아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는 속으로 “내가 사냥꾼만 아니었다면 난 여러분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하고 말했다. 그의 친구 무슈 드 쿠르빌(M. de Courville)은 어릴 때부터 그와 마음이 맞는 벗이었다. 이 귀족 농부는 그의 딸과, 역사 연구를 구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위 무슈 드 다네토트(M. de Darnetot)와, 아내와 조용히 살고 있었다.

쿠터리에 남작은 무엇보다 자신의 소총 사격에 대해 떠벌리려고 자주 친구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는 그가 잘 알고 있다고 말한 주요 등장인물인 개와 흰족제비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 그는 그들의 생각과 의도를 밝히고 그들을 분석하고 설명했다.

“메도르(Médor)는 자신을 이렇게 뛰게 만든 것이 뜸부기라는 걸 알고, ‘기다려라, 이놈, 마지막에 누가 웃는지 보자.’ 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토끼풀 밭모퉁이에 가서 서라고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구석으로 밀어 넣기 위해 시끄럽게 풀을 움직여 옆으로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이 그가 계획한 대로 되었습니다. 뜸부기는 갑자기 숲 가장자리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는 더 이상 갈 수 없었습니다. ‘젠장 맞은 똥강아지!’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웅크렸습니다. 메도르는 멈춰서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내가 신호하면 있는 힘을 다해 ‘부르르르’, 뜸부기가 날아오릅니다. 나는 거총하고, 탕! 뜸부기가 떨어집니다. 메도르는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꼬리를 흔들며 말합니다. ‘또 할까요? 어때요, 무슈 엑토르.’”

쿠르빌, 다네토트 그리고 두 여자는 남작이 온 영혼을 담은 이 그림 같은 이야기에 미친 듯이 웃었다. 그는 고무되어 팔을 까불고 온몸으로 나부댔다. 사냥감의 죽음을 말했을 때 그는 터무니없는 웃음으로 자조하고 마무리하듯 항상 물었다. “좋은가요, 이게?”

사람들이 다른 얘기를 하자마자 그는 더 이상 듣지 않고 혼자 않아 팡파르를 흥얼거렸다. 또한 말의 흐름이 끊긴 갑작스러운 고요의 순간, 말과 말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흐르자마자 남작이 뿔피리를 잡은 것처럼 뺨을 부풀려 부는 “톤 톤, 톤 테인 톤 톤(Ton ton, ton taine ton ton)”이라는 사냥의 노래가 들렸다.

늙어간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그는 철저하게 사냥을 위해서만 살았다. 그러다 느닷없이 류머티즘 발작을 일으켜 두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는 슬픔과 지루함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하녀가 없어 늙은 하인이 음식을 챙기고, 뜨거운 찜질, 잠 바라지, 환자가 필요로 하는 어떤 것도 받지 못했다. 사냥개 담당이 간호하고, 적어도 주인만큼 지루한 하인은 남작이 시트 안에서 마구 욕하고 화내는 동안 안락의자에서 밤낮 잠만 잤다.

쿠루빌 가의 부인들이 가끔 보러 왔고, 이것은 그를 위한 안정과 만족의 시간이었다. 그녀들은 그의 허브티를 챙기고 불을 세심하게 살피고 침대 머리맡에서 상냥하게 점심 시중을 들었다. 그녀들이 돌아가려 할 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맞을! 당신들은 여기 와서 살아야 해.”

그녀들은 진심으로 웃었다.

몸이 좋아졌는지 늪지 사냥을 다시 시작하면서 그는 어느 날, 저녁을 먹으러 친구 집에 갔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열정도 없었고 명랑하지도 않았다. 사냥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또 아플 것 같다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돌아가려고 인사를 할 때 여자들이 그를 숄로 감싸고 머플러를 목에 둘러주었다. 그는 난생처음 자신을 위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사과하듯이 중얼거렸다.

“또 이러면, 난 망할 놈이야.”

그가 돌아가자 마담 드 다네토트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남작은 결혼해야 해요.”

모두 쌍수를 들어 찬성했다. 여태껏 그 생각을 왜 못 했을까? 모두 저녁 내내 아는 과부 중에서 찾아보려 애썼다. 그리고 여전히 예쁘고 충분히 부자이면서 성격이 좋고 건강한 마담 베르트 빌리에르(Mme Berthe Vilers)라는 마흔 살의 여자가 낙점되었다.

그녀는 성에서 한 달을 지내도록 초대받았다. 마침 심심했던 그녀가 왔다. 그녀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 하고 수선스러웠으며 명랑했다. 무슈 드 쿠터리에는 곧바로 그분의 환심을 샀다. 그녀는 살아있는 장난감처럼 그를 재미나게 해주었고 토끼의 감정과 여우의 계략으로 앙큼스레 그를 살피는 데 온 시간을 보냈다. 그는 다양한 동물들의 다양한 시각을 엄연히 구분하고 마치 잘 아는 사람들인 양 그들에게 계획과 미묘한 추론을 제공해 주었다.

그녀가 보여준 관심에 넋이 나간 그는 어느 날 저녁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사냥에 같이 가자고 간청했다. 여태껏 어떤 여자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이 초대가 너무나 별나 보여 그녀는 받아들였다. 복장을 갖추기 위한 향연에 모든 사람이 뛰어들어 그녀에게 무언가를 제안했고 그녀는 부츠와 함께 남성용 반바지, 짧은 치마, 가슴에 너무 꼭 끼는 벨벳 재킷, 사냥개 담당 시종의 챙 달린 모자 등 여전사(d'amazone: Pièce d'un jeu d'échec (dame montant en amazone) 서양장기 말 (한 옆으로 말을 탄 왕비))식의 차림으로 나타났다.

남작은 마치 처음으로 총을 쏘러 가는 것처럼 감격한 것 같았다. 그는 바람의 방향이나 사냥감의 위치에 따라 개들이 멈추는 각기 다른 위치, 사냥감을 쏘는 방법을 세심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를 들판으로 이끌고 가, 첫걸음 뗀 아기를 지켜보는 유모의 심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갔다.

메도르가 사냥감을 발견해 낮게 기고, 멈추고, 발을 들었다. 남작은 제자 뒤에서 나뭇잎처럼 떨고 있었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조심, 조심…… 자…… 자…… 자고새.”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부르르르, 부르르르, 부르르르 하는 큰 소리가 나고 엄청난 새 떼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마담 빌리에르는 미친 듯이 날뛰며 두 눈을 감고 두 발을 쏘고, 총소리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냉정을 되찾았을 때 그녀는 남작이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고 메도르가 자고새 두 마리를 입에 물고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날부터 무슈 드 쿠터리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동쪽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했다.

“이 얼마나 멋진 여자인가!”

그리고 그는 매일 저녁 사냥 이야기를 하러 찾아왔다. 하루는 무슈 드 쿠르빌이 그를 배웅하며 그가 새 친구에게 푹 빠져 하는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

“너희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뭐야?”

남작은 소스라쳤다.

“내가? 내가? 결혼을? …… 그렇지만…… 그런데…….”

그는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고는 허둥지둥 친구의 손을 꽉 잡고 응얼거렸다.

“잘 가게, 친구.”

그리고 성큼성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다시 찾아오지 않고 사흘이 지났다.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마음속의 여러 가지 생각 때문인지 얼굴이 창백했고 태도나 목소리가 평소보다 무게가 있었다. 그는 무슈 드 쿠르빌을 따로 불러내 말했다.

“넌 정말 좋은 생각을 해 줬어. 그녀가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애써주게나. 정말이지, 그 여자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 우리는 일 년 내내 함께 사냥할 거야.”

무슈 드 쿠르빌은 그가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두고 대답했다.

“지금 바로 말해봐, 친구. 내가 해줄까?”

그러나 남작은 갑자기 마음이 흔들리는 듯 말을 더듬었다.

“아니…… 아니…… 먼저 여행을 좀 다녀와야 해…… 잠깐…… 파리에. 돌아오면 바로 확실하게 대답할게.”

더 이상의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그는 다음날 떠났다.

여행은 오래 걸렸다. 일주일, 이주일, 삼 주가 지나도 무슈 드 쿠터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쿠르빌 가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걱정하고 남작의 접근을 예고한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근황을 알아보려고 하루걸러 한 번씩 보낸 하인은 모두 아무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마침 마담 빌리에르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하녀 하나가 아무도 몰래 무슈 드 쿠르빌을 찾아 어떤 신사가 뵙기를 청한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완전히 사람이 바뀐 것처럼 늙어버린, 여행복 차림의 남작이었다. 오랜 친구를 보자마자 그의 손을 잡고 조금 피곤한 목소리로 남작은 말했다.

“지금 왔어, 친구, 바로 네게 달려왔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그리고 그는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으로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네게 말하고 싶었어…… 바로…… 이…… 이런 일이…… 넌 잘 알고…… 잘 안됐어.”

무슈 드 쿠르빌은 어안이 벙벙해져 그를 바라보았다.

“뭐가? 잘 안돼? 왜?”

“오! 묻지 말아 줘, 제발. 말하기에는 너무 괴로운 일이야. 하지만 날 믿어줘…… 정직한 남자로서. 나는 안 돼…… 내게는 권리가 없어. 들어 줘. 그 부인과 결혼할 수 없어. 그 부인이 돌아갈 때까지는 너희 집에도 오지 않기로 할게. 그녀를 다시 만나면 난 너무 고통스러울 거야. 그럼.”

그리고 그는 달아났다.

온 가족이 고민하고 대화하며 천 가지 추측을 했다. 결국 남작의 삶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그가 오래 에 사생아를 낳았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심각해 보였고, 일이 복잡하고 어려워지기 전에 마담 빌리에르에게 넌지시 알려, 왔을 때처럼 과부인 채로 그녀를 돌려보냈다.

석 달이 더 지났다. 어느 날 저녁, 과식을 해 조금 비치적거리며, 무슈 드 쿠터리에는 무슈 드 쿠르빌과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그에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자주 네 친구를 생각하는지 안다면 넌 날 불쌍히 여길 거야.”

이 상황에서 남작의 언사가 조금 불쾌했던 상대는 들입다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젠장맞을, 이 친구야, 인생에 비밀이 있을 때는, 보통은 너처럼 먼저 앞서가지 않아. 왜냐하면 결국에 넌, 네가 꽁무니를 뺀 이유를 미리 알고 있었을 테니까, 확실히.”

남작은 당황해서 담배를 껐다.

“그건 글쎄. 일이 그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무슈 드 쿠르빌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거야.”

무슈 드 쿠터리에는 누가 듣고 있지나 않을까, 어둠 속을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나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는 걸 알겠어. 사과의 뜻으로 모든 걸 다 말할게. 이십 년 전부터 나는 사냥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어. 사냥만 좋아하고, 너도 알겠지만, 그것만 신경 써. 그래서 그 부인과 부부의 연을 맺으려 했을 때 양심의 가책, 그래, 양심의 가책이 생겼어. 내가 그걸 잃어버린 이후로, 그…… 그…… 그 사랑의, 그러니까, 내가 아직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어. 그…… 그…… 그러니까 생각해 봐…… 알겠지? 정확히 십육 년 전 그…… 그…… 그걸 마지막으로, 넌 알 거야. 여기서는, 쉽지 않은 일이야…… 그…… 넌 알 거야. 그리고 난 다른 할 일이 있었어. 총을 쏘는 게 좋았어. 쉽게 말해, 시장님과 신부님 앞에서 아…… 아…… 알겠지, 난 두려웠어. 난 내게 말했어. ‘밀어붙여, 하지만 만약…… 만약…… 불발로 끝난다면.’ 정직한 남자는 결코 약속을 외면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그 부인과 신성한 약속을 하려 했어. 결국 마음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파리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어.

일주일이 지나도, 도통, 아무 효과가 없었어.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야. 나는 모든 여자 중 최고 스타일을 선택했어. 나는 그녀들이 할 수 있을 만큼 해줬다고 확신해. 그래…… 그녀들은 확실히 어떤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은 포기하고 물러났어…… 아무…… 성과도…… 없이.

나는 끊임없이 기대하며 이 주, 삼 주,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식당에서 후추를 산더미처럼 쳐서 먹고 또 먹어 배탈이 나도, 그…… 그건…… 아무 소용이…… 여전히.

알아줘. 이런 상황에서, 이런 확실한 사실을 앞에 두고는 나는 단지…… 단지……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 내가 뭘 한 거지.”

무슈 드 쿠르빌은 웃지 않으려고 몸을 비틀었다. 그는 남작의 손을 꽉 쥐고 말했다.

“불쌍하게도.”

그리고 집으로 가는 중간까지 그를 바래다주었다. 그런 다음 아내와 단둘이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숨이 넘어갈 듯 웃으며 모두 말했다. 그러나 드 쿠르빌 부인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다만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자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남작은 바보예요, 여보. 그 사람, 무서웠던 거예요. 그게 다예요. 베르트에게 돌아오라고, 급히 돌아오라고 편지를 써야겠어요.”

무슈 드 쿠르빌이 친구의 길고 쓸모없는 시도를 이유로 반대하자, 그녀는 나무라듯 말했다.

“그럴 리가! 여자를 사랑하면, 들리나요, 그런 건…… 언제든 돌아와요.”

무슈 드 쿠르빌은 자기 자신 조금 아득해져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La Rouille는 1882년 9월 14일 목요일 Gil-BlasM. de Coutelier 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했고 Maufrigneuse 라는 서명을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담 밥티스트(MADAME BAPTI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