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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Apr 28. 2022

전략과 전술, 제대로와 빠르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스타일인 PM의 고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스타일


기획자로써 생각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 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 걸 정리한 적이 있다. 


당시 생각은 나름대로 정리되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스타일 또는 업무 방식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비교적 깊게 파고드는 스타일이고, 아이디어를 내거나 실체도 모르지만 일단 진행시키기며 수정해나가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건 다 티가 나나보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팀장님과의 1:1 미팅에서, 팀장님은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플래터님은 돌다리도 다 두들겨보고 건너는 스타일 같아요.
맞고 틀리고는 아니지만, 그러면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어요.

잠깐의 변명. 나의 첫 커리어는 대학교 교직원이었고, 신사업 부서에 배치받아 신규 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일을 담당했다. 원론적으로는 고객은 교육 과정의 수강생이었지만, 직원으로서 맞닥뜨리는 진짜 고객은 총장과 구매과였다. 큰 사업이었고, 나의 이름으로 수억 원의 결재 문서가 올라갔고, 아는 바는 없었지만, 물어보면 답할 수 있어야 했다. 오만가지를 다 염두에 두어야만 안심이 되었다. 무서웠다. 얼마 못 가 퇴사했다.


퇴사 후 스타트업에서 다시 커리어를 시작했다. 내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러나 그가 조언하는 업무 방식도 이전과 비슷했다. 회장님과 대기업 임원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던 사업개발자 출신이었던 그는 줄곧 "1,000가지 10,000가지를 물어봐도 답할 수 있을 정도로 고민해라. 어떤 질문을 던져도 다 답변할 수 있을만큼 준비하라"라는 말을 했다. 회사 내 팀원과 상사의 물음도 예상하지 못하거나 답변하지 못하는데 어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믿음을 주겠냐고 했다. 조금이라도 얕아 보이면 "이딴 건 가져오지도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모든 변수를 고민해둘 것. 누군가의 질문에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 것.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저것을 다 검토해봐야 했다.




전략과 전술


업무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전략 stragey, 또 하나는 전술 tactics. 


전략은 회사의 방향, 운명이 달린 크고 무거운 단위의 업무다. 운명이 달렸으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비즈니스 환경에서, 전략을 성공시켜야 하는 타임라인은 정해져 있다. 결과가 좋아도 시기가 늦어지면 실패나 다름없다. 시장이 바뀌었거나, 고객이 돌아섰거나, 경쟁사가 승기를 가져갈 수도 있으니까. 


반면 전술은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한 세부 과제다. 전술의 성공이 쌓여서 전략이 성공한다. 득점이 전술이라면 승리는 전략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전술 중에서 무엇이 실패하거나 성공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전략의 유효기간이 다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전술을 시도해보고, 그중 몇 개를 성공시켜야 한다. 


전술의 실행이 느리면 1~2개의 전술밖에 실행하지 못하니, 전략의 존폐가 고작 1~2개의 전술에 달려있다. 위험은 커진다. 반면 전술의 실행이 빠르면 같은 시간 내에 10개, 20개의 전술을 실행한다. 1~2개쯤은 실패해도 나머지 십여 개의 전술이 성공하면 전략은 성공한다. 리스크가 낮아진다. 


전략은 가려고 하는 방향과 미션에 가깝다. 그래서 실패해선 안 된다. 반면 전술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과제로 어떤 건 성공하고 어떤 건 실패한다.




전략과 전술, 제대로와 빠르게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그런데 프로덕트 매니저로써 담당하는 어떤 신규 기능은 전략이기도 하고, 어떤 신규 기능은 전술이기도 하다. 프로덕트 팀이 하는 모든 업무가 실은 고객에 대한 실험이자 가설 검증, 그리고 학습이므로 어떤 실험은 전략이고, 어떤 실험은 전술이다. 


그래서 어떤 건 제대로 해야 하고, 어떤 건 빠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빠르다고 대충 하자는 의미가 아니니 이러나저러나 늘 명확해야 한다. 그 지점이 때로는 어렵다. 왜냐하면 나는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건너니까. 


어쩌면 전략과 전술, 제품의 출시와 제품의 성장, 그로스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은 아직 100% 온전히 체감하지 못한 탓일 테다. 그래서일까. 가끔 나의 업무, 나의 하루가 전략과 전술, 깊게와 빠르게, 제대로와 린lean하게 사이 어딘가에서 어색한 춤을 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그 둘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엔 양극이 있고, 우리가 일을 익혀간다는 것, 무엇인가를 체감하고 습득한다는 건 그 양극 사이에서 자기만의 적정 수준과 기준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체감하고 습득한다는 건 양극 사이에서
자기만의 적정 수준과 기준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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